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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원격근무로 본 현재와 미래

  기사입력 2020.09.07 16:17


"하루 8시간-주 36시간의 노동, 근무 조건의 개선 및 보장, 아동 노동의 금지. 이런 사항들이 미래의 노동이 지향할 이상향으로 그려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상향은 완전히 다르다. 시원한 바닷가에 편안히 앉아 노트북을 무릎에 놓고 일하는 창의적 지식 노동자, 혹은 컴퓨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하는 작업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 등이 현재 우리의 이상향이다."

위의 글은 독일 연방정부가 2017년에 발간한 "노동4.0 백서"의 서문에 나오는 연방노동사회부 장관의 글이다. 8시간 노동제가 정착되기에는 백여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8시간 노동 요구는 18세기 후반 영국의 산업혁명 때부터 나오기 시작해, 1847년 영국은 처음으로 여성과 어린이들에 한해 10시간 노동을 도입했다. 8시간 노동이 국제적으로 합의된 것은 또 수십 년이 지난 1919년 ILO(국제노동기구) 창립총회였다. 이제 8시간 노동은 이상향이 아니고 현실이다. 노동4.0 백서는 바닷가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원격근무를 미래의 이상향으로 제시했다. 아마 8시간 노동이라는 이상향을 달성하는데 백여 년이 걸렸듯이 원격근무가 정착되는 데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재택근무 또는 원격근무(Remote/Tele work, 최근에는 Untact/ Ontact work라는 용어를 사용)를 현재의 근무형태로 만들었다. 코로나19 이후 급속하게 실시된 재택근무는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문구를 실감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원격근무도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지식 근로자들이 전자 오두막(Electronic cottage, 자기 집에서 통신 장비를 마련해 일하는 공간)에서 일하게 된다. 퍼스널 컴퓨터와 영상장치, 통신장비 등을 이용해 새 유형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제3의 물결>(1982년)에서 언급한 전망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전자 오두막을 만들 수 있는 장비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다. 전자 오두막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한 후에도 전자 오두막에서 근무하는 것은 생소한 공상에 불과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갑자기 많은 사람이 집에서 근무하는 생소한 공상을 현실로 경험하게 됐다. 이미 우리는 전자 오두막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한 미래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미래 기술을 가지고 과거의 업무 방식과 관행에 머물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1%에서 30%로, 가능성을 보여준 원격근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던 2020년 상반기에 선진국에서는 원격근무 비율이 50~60%대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이전에 전체 근로자 중에서 재택근무 비중이 미국이 3%, EU가 5%, 가장 높은 네덜란드가 13.7%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10~2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한국도 여러 취업알선 사이트에서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50~60%의 기업이 재택 또는 원격근무를 실시했다는 통계가 발표됐으나, 통계적 신뢰성은 떨어져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사 312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업무방식 변화 실태(6월 30일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비대면 원격근무 방식을 시행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34.4% 였다.

그럼 한국은 이전에 얼마 정도가 원격근무를 하고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원격근무제(재택근무)란 조직의 근무자들이 적어도 주 1회 이상 집, 위성사무실, 원격근무센터 등 기존의 사무실 중심 근무현장 이외의 장소에서 정보통신장비를 사용해 일하는 대안 근무를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근로자의 유연근무제(활용여부)는 11% 정도로 조사되고 있다. 유연근무제는 재택 및 원격근무제, 근로시간단축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탄력적 근무제, 기타유형(재량근무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유연근무제 활용 중에서 재택 및 원격근무제 비중은 5.8%(2017년 8월 기준)에 불과하다(통계청 KOSIS).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유연근무제 활용 인원이 16.1%이고, 이중에서 재택근무유형 비중은 1%도 안 되는 0.6%로 조사됐다.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어림잡아 우리나라에서 공공과 민간을 포함해 재택근무 비중은 0.01%~0.64% 정도의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시적이나마 재택근무를 포함해 원격근무를 도입하거나 체험한 직원들이 30%대에 달했다. 어림잡아 100배는 증가한 것이다. 이것은 업무(노동) 관행에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 경직된 노동관행, 과정 중심의 업무문화가 문제

급작스럽게 실시된 원격근무였지만, 기업 및 종업원의 원격근무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조사에서 업무 효율성이 이전과 비슷하다(56.1%), 높아졌다(27.5%)고 답한 기업이 많았고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응답은 전체 중 16.4%에 그쳤다. 직원 만족도 또한 높다(82.9%)는 평가가 불만족했다(17.1%)는 평가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비대면 업무방식을 지속하는 데는 상당수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지속하거나 도입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답변이 70.8%를 차지했다. 원격근무를 꺼리는 이유에는 기존 업무방식과 충돌(62.9%), 업무진행속도 저하 우려(16.7%), 정보보안 우려(9.2%), 인프라 구축비용 부담(7%) 등을 꼽았다. 원격근무 확대를 위한 선결 과제로는 보고-지시 효율화(51.8%), 임직원 인식-역량교육(28.1%), 보안시스템 구축(23.8%), 성과평가-보상제도 재구축(15.3%), 팀워크 제고방안(9.5%) 등을 지적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은 구비됐는데, 여전히 업무방식, 관리방식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됐으나 원격근무 도입이 늦어진 이유도 수직적 통제방식의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상사의 눈에 자주 띄고, 대면 보고를 많이 하는 것이 승진의 조건이었다. 성과보다는 성실이 더 먼저였다. 네트워크, 클라우드, 이메일, 협업 툴 등 디지털 환경에 맞는 업무체계를 갖추고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눈앞의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듯(?)이 보여야 안심하는 업무관리 방식으로는 원격근무에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기업문화가 원격근무를 막아왔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기업들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 기업들은 재택과 사무실, 가상과 현장 작업, on-off site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업무 모델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인재에 대한 접근성 향상, 개인 및 소규모 팀의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개인 유연성 향상 및 직원 만족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무 모델은 기업 경쟁력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생산적인 업무 모델로의 전환에 뒤쳐질 경우 기업의 경쟁력도 뒤쳐질 것이다.

# 원격근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과 중심의 노동문화 구축이 필요

한국의 경우 과정 중심의 노동문화가 결과 중심의 노동문화로 바뀌지 못하고 있는 데는 현재의 노동법도 책임이 있다. 한국의 노동법은 2차 산업혁명의 대량생산 제조업 시대의 집단 노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정해진 장소(공장)에서 정해진 시간(출근과 퇴근, 주당 15시간 이상)에 사용자가 정한 규칙을 따라서 집단적, 동시적으로 노동을 제공하는 것을 임금이 지불되는 노동(고용)의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과정 중심의 노동 통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디지털 시대의 노동은 직업들이 소규모 그룹(부서, 팀)을 이루어 각자 컴퓨터로 연관된 업무를 비동시적으로 하는 업무로 바뀌었다. 노동의 장소도 사무실에서 가상 공간(원격근무)로 전환되고 있다. 노동 시간과 장소의 노동자 결정권을 존중하고, 과정(시간, 호봉제)보다는 결과(성과급, 직무급) 중심의 노동 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재택근무의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첫째는 주거지 인근에 공유 사무실 공간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집에서 일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공유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거지 인근에 업무도 볼 수 있는 도서관을 많이 건설해야 한다. 둘째는 재택근무 실시 기업에 대한 지원이다. 재택근무는 교통 혼잡(수요)를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에게는 조세 감면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네덜란드 실시). 셋째는 직원이 기업에게 재택근무 등을 포함한 유연근무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가 가능할 경우 직원이 재택근무를 요구하면 기업이 허락하도록 하는 것이다(영국, 네덜란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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