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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또 쓰러진 고용노동부 직원...업무 압박에 일요일 출근했다 변고

  기사입력 2021.01.05 13:37

고용노동부 직원이 또 스러져 갔다.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 지역협력과 최 모씨는 지난 11월 29일, 서울고용노동청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0세(81년생)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주말 출근이 잦았다."
 
가족들이 전한 고인의 생전 모습이다. 사고일 아침에도 늘 그렇듯 일찍 나서는 바람에 가족들은 고인이 나가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가 업무용 PC에 로그인한 기록은 일요일 아침 7시였다.

전날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에 부인 박 씨는 "내일도 나가야 되냐"고 물었지만, 최 씨는 곧 돌아오겠다고 대답했다. 그게 가족들에게 그의 마지막 생전 모습이다.
 
부인 박 씨는 그날따라 이상한 기분이 들어 출근한 최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아 한시간 후 다시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계속 받지 않자 불길한 마음에 고용청에 직접 찾아갔다. 입구에서 안내를 받아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지만 자리에 불만 켜져 있을 뿐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박 씨는 황망하게 남편을 찾아 헤맸다. 결국 화장실까지 찾아 들어간 끝에 쓰러진 남편을 발견했다. 차가운 바닥에 몇 시간을 누워있었을 지 알 길이 없다. 119를 부른 것도 박 씨였다.
 

■민원업무 많아 노병우 기피부서--- 긴급고용지원금에 일자리 사업까지, 삼중사중고

고인은 왜 주말에 출근해야 했을까. 일자리 네트워크 추진 사업과 관련한 지역위원회 평가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자리 네트워크란 지역 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며 고용부가 구상하는 네트워크다.
 
전문 인력이나 지원도 없을뿐더러 협업자인 지자체는 예산 지원 없이 움직이지 않으니, 결국 그 모자란 부분은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메워야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긴급고용지원금 역시 고용노동부의 몫이었다. 코로나로 오히려 민원은 더 늘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성규 고용노동부 직장협의회 의장은 "결국 수년째 고용노동부 직원들이 쓰러지고 있다"며 "청와대 지시라면 눈에 불을 켜고 직원들을 닦달하는데 진저리가 난다"라고 성토했다.
 
지난 10월, 국감장에서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병우란 단어를 들어봤냐"고 질의했다. 노병우란 노동부, 병무청, 우체국을 의미하는 단어로 공무원 수험생들이 제일 기피하는 부서의 이름을 딴 단어다.
 
박대수 의원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자살과 과로로 감독관이 사망했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고용노동부에서 매년 감독관이 사망하는 소식이 전해지는 이유가 뭐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2020년의 마지막 달에도 지역협력과의 유능한 팀장이자 한 가장을 하늘로 보내고 말았다.
 

■유족들 "그냥 편한 곳에 있지 왜 고용부로 가서..."
 
기자에게 고인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준 것은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인 아내의 오빠였다. 오빠 박 씨는 고인과 공무원 동기이자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은 대학 선후배라고 했다. 후배이자 공무원 동기, 동생의 남편을 그렇게 떠나 보낸 박 씨는 "(고인이) 최근에 가족들에게 스트레스가 크다고 자주 토로했다"고 전했다.
 
"사실 (고인과) 교육청에서 경력을 같이 시작했다. 그런데 (고인이) 워낙 일하는 걸 좋아하고 사회에 더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싶다며 고용노동부로 가겠다고 했다. 이후에 자주 가족들에게 힘들다고 토로하면서도 결국 그 보람으로 버텨왔던 것 같다."
 
얘기를 나누던 도중 고인의 9살짜리 딸이 박 씨에게 다가와 "삼촌"하고 부르며 안겼다. 검은색 상복을 입은 아이는 아빠의 죽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 호기심과 피곤함이 어린 눈빛으로 장례식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조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 씨는 애꿎은 고인을 원망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힘든 데 가지 말고 나랑 같이 있지...같이 남았더라면 달랐을까 싶습니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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