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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뉴스] 파지더미에 깔려 숨진 화물노동자, 예고된 사고였나..."전부터 위험 느껴"

  기사입력 2021.06.08 13:35| 최종수정 2021.06.08 13:36

경사면에서 상하차 작업을 위해 화물차 문을 열었다가 물건이 떨어져 화물노동자 한명이 숨졌다. 사고 직후를 목격했다는 고인의 동료는 이번 일이 예고된 사고였다고 말한다. 위험 요인에 대해 인지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결국 인명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더해 사후 처리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회사 측이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나간 것. 노조 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파업을 진행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는 2일 오후 쌍용C&B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달 26일 화물노동자 고 장창우씨가 화물차에서 떨어진 파지더미에 깔렸다. 경사면이 있는 도크 위에서 정차한 후 상하차 작업을 하는데 화물칸을 열자마자 적재된 파지더미가 그를 덮친 것. 파지더미는 개당 300kg에서 500kg에 달한다. 그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다음날 숨졌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쌍용C&B의 탐욕이 우리 장창우 조합원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사고 직후 쌍용C&B는 현장을 보존하고 사고 원익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19가 조합원을 병원으로 후송하기 전에 발 빠르게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화물노동자 숨지게 한 경사면 작업, 1년 전부터 시작...동료, "예고된 인재다"
고인은 왜 파지에 깔리게 됐을까. 왜 30도 경사면에서 차를 세우고 작업을 하게 됐을까. 고인과 함께 작업하던 동료의 증언에 따르면, 이 경사면 작업은 1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경사면 작업이 시작된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1년 전 정도라고 말했다. 원래는 경사면이 시작되기 전 평지에 멈춰서 화물칸 문을 열고 다시 차에 타 경사면에 진입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경사면에 진입한 후에 차 문을 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위험천만한 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장 씨 사고가 예고된 사고였다고 증언했다. 경사면에서 작업하게 되면 화물차는 화물칸 문을 열 수 있는 공간만 남겨두고 후진을 하게 된다. 또한 경사면이기 때문에 정차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면 짐이 뒤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물노동자가 화물칸 문을 열다가 뒤로 쏠린 짐이 떨어져도 피할 공간이 없다.

과거에도 파지더미가 떨어지는 사고는 있었다고 한다. 문을 열고 경사면으로 후진하면 가끔 파지더미가 떨어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화물칸 문을 평지에서 열고 화물노동자가 다시 운전해서 경사면으로 후진할 때 발생하는 일이어서 인명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위험을 인지하고 공장 측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숨진 장 씨도, 다른 화물노동자도 그 위험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동료 노동자는 "개선을 2번 정도 요구했었다. 그런데 그 공장을 7년 정도 들어갔는데 안전관리자를 본 적이 없다.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있었으면 그쪽에 말했을 텐데 현장에 일하는 지게차 운전자(공장 직원)한테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동료 노동자에 따르면 화물노동자가 경사면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청소 문제다. 화물칸 문을 열고 파지를 적재하는 공간으로 내려가다 보면 파지 부스러기가 날리게 된다. 공장 안에도 부스러기가 날리고 청소할 거리가 많이 생기게 된다. 화물차가 경사면까지 내려온 후 화물 칸 문을 열고 작업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부스러기 양이 줄어들게 된다.
 
쌍용C&B 측에 작업 절차를 변경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으나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않았으며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관계자 조사 중에 있다고 답했다.
 
미흡했던 사고처리...화물연대, "처리 지침 위반이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영수 화물연대본부 조직국장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현장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현장 어디에도 사고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너무도 화가 났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화물연대는 사고 당시 CCTV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오전 9시 37분 구급차가 오고 나서부터 시작된다. 잦은 고장으로 사고 당시는 녹화되지 않았으며 구급차가 도착한 직후부터만 녹화됐다고 한다.
 
영상에 녹화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19 구급대가 고 장창우씨를 구급차 안으로 옮긴다. 119가 출발한지 10여분 후 경찰 차량이 도착한다. 약 20분 후 관리자들은 사무실로 돌아가고 고인이 미처 끝내지 못한 작업이 이어진다. 옆에는 또 다른 화물차량이 도크로 진입한다.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작업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모습이다. 11시가 지나자 작업이 마무리됐고 사고 흔적은 모두 정리됐다.

이는 쌍용C&B 내부 사고처리지침에 반하는 것이다. 지침에 의하면 사고 책임자는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와 안전관리자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 단 보존 여부는 관련기관과 상황 협의 후 이에 따른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쌍용 C&B 안전팀장은 "큰 사고가 처음이라 경찰이 사고 조사 후 현장을 정리해도 되냐고 묻고, 된다고 해서 현장 정리를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찰은 산재처리 등에 대해 안내했지 현장정리를 하라고 언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쌍용C&B 측은 지침상 보존 여부를 협의해야 하는 관련기관이 어디인지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는 명백하게 자신들이 작성한 사고보고 및 사고자 처리 지침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이 사고방식에는 화물노동자를 바라보는 그들(사측) 시각의 심각한 문제를 느낄 수밖에 없고 우리 화물노동자는 이에 분노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유족도 목소리를 보탰다. 고인의 둘째 딸 A씨는 쌍용C&B를 향해 "누가 봐도 본인들 잘못이 명백한데 발뺌하고 책임전가 하고 있다"며 "밑에 힘없는 사람 시켜서 사과시키지 말고 형식적인 사과 따위는 필요 없고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족은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쌍용C&B 관계자는 "쌍용C&B 사업장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관계자 조사 등을 진행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화물연대노조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오는 6월 18일 경고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어 쌍용 C&B 제품인 코디와 모나리자 불매운동도 진행한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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