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관계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플랫폼 종사자법 제정 의지를 보이고 있고 국회에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다만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과 같은 특별법을 통한 보호는 근로자와의 구별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인 플랫폼 종사자와 노동관계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 간 구분이 모호하고 플랫폼 종사자라는 하위 범주를 따로 설정하게 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의 입법방향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을 중층적 보호체계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플랫폼 종사자법과 같이 새로운 보호범주를 설정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입법 방향을 두고 의견차가 있다. 새로운 법이 기존 노동법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법 적용 범위나 법의 역할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노동법 보충한다"

발제를 맡은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은 기존 노동법과의 관계에서 잔여적, 보충적 지위에 있는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노동법으로 포괄하기 위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법 적용 대상은 자신이 주로ㆍ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노무제공자다. 일시적으로 제3자를 고용해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에는 노무제공자와 노무제공 상대방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다. 정해진 계약을 이행하고 조세 납부 등에 협력할 의무 등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 안전과 건강에 대한 권리, 단체결성 및 협의할 권리 등이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우선 적용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적용이 배제되는 노무제공자에게는 일반적ㆍ보편적 권리를 규정한 기본법을 적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층 위해 추가적인 법적 보호를 쌓아나가자는 주장이다.
 
토론자로 나선 박은정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제정 방향에 공감했다. 플랫폼 종사자처럼 제한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중간지대를 설정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발제자 의견에 더해 노무제공자에 해당하는 자영인의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일시적으로 업무의 대체가능성이 있는 1인 자영인까지가 아닌 상시적으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더라도 사실상 스스로 노무를 제공하면서 경제적 종속성을 강하게 갖는 자영인에게도 법을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택배대리점주나 가맹점주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권리보장법 취지에는 동의"...실효성 확보는?

토론회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 보호법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지 권리보장법으로서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
 
권 교수는 앞선 발제에서 근로기준법과는 다르게 법 위반 시 형사처벌 조항을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무제공의 형태와 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규제는 실현이 어렵지만 그 대신 강행규정을 도입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길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은 "근로기준법과 같은 보호법제는 국가가 최저기준을 정하고 수규자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며 "기본법은 보호법제로서의 성격보다 권리보장법제로서 성격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조성주 정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이 법이 시민의 권리를 명시하는 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원과 보호보다는 일하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먼저 명시하고 각종 사회안전망이나 노동법이 이에 기반해 변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송명진 한국노총 한국플랫폼프리랜서공제회 사무국장은 이 법이 권리보장에 대한 단순 선언적 규정으로만 작용할 것을 우려했다.
 
송 사무국장은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판으로서 일반법을 제정해 중층적 보호체계를 구성한다는 취지에는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비정형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시간 등 주요 노동조건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가로 정 정책위원은 이 법을 권리보장법으로 추진한다면 그 토대로 헌법상 근거가 더 보충돼야 하지는 않을지 물음을 던졌다.
 
"근로기준법 대체?"...부정적 의견 지배적

지난 9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근로기준법을 폐기하고 일하는 시민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공약을 던지면서 새로운 노동법에 대한 관심이 모인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보호법이 근로기준법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특히 조 부의장은 심 의원의 공약과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그는 "오히려 기존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미적용 부분 등 여러 부분에서 더 강화돼야 하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여타의 다른 노동자로 오분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입법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근로기준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근로기준법을 확장해야 한다고 정정한 모습이다.

한편, 송 사무국장도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 기존 노동법을 약화시키거나 훼손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