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대한민국 기업 숫자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한다는 중소기업 얘기다.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 빛이 바랬지만 탄탄한 중소기업은 인기가 대기업 못지않다. 『완자』『한끝』등 학습 교재로 알려진 교육 서비스 업체 ‘비상교육’과 국내 임플란트 치과용 기기 시장 매출 1위 ‘오스템임플란트’가 대표적 예다. 중소기업 입사를 꿈꾸는 구직자에게 롤 모델이 될 만한 이는 누구일까. 비상교육은 기간제 교사 경험을 갖고 있는 이혜리(28)씨를, 오스템임플란트는 육군 대위 출신 변상봉(29)씨를 대표 신입사원으로 꼽았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비상교육 이혜리씨
교사보다 교재 만드는 게 적성 맞아
학원강사 등 경험 차근차근 쌓아야
<이혜리씨는 여고 선생이었다. 2007년 3월부터 열 달 동안 서울 D여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교사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는 “갓 대학을 졸업해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가 센 여고생들을 다루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건 교실 밖이었다. 그는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내고, 수업 교재를 만들 때 진짜 재미를 느꼈다”며 “강단에 서는 것보다 뒤에서 꼼꼼하게 만들고 꾸미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동료 교사가 서울시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토론·논술 수업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그는 수업 자료 만드는 일을 도왔다. 결국 그가 참여한 팀이 그해 우수팀으로 뽑혔다. 그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일보다는 수업 자료를 만드는 게 내 적성이구나 싶었다”고 술회했다.
2008년 6월. 비상교육 신입사원 면접장. 면접관은 “왜 교사를 그만뒀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교재를 만드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고 답했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회사에 잘 지원했다”고 말했다. 인사담당 박병근 부장은 “교육 관련 경험은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교사로 일하던 당시 교재를 만들었던 경험을 드러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해 8월 이 회사 출판사업부문 신입사원이 됐다. 사회 과목 참고서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 이씨는 “독자가 다른 책에 비해 꼼꼼하게 본다는 게 참고서의 특징”이라며 “책 내용에 조금만 틀린 게 있어도 회사 홈페이지나 엽서로 금세 반응이 온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채용 시 꼼꼼한 성격을 가진 지원자를 우대한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끊임없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교육 업체 입사를 희망한다면 학원 강사나 과외 아르바이트 경험 등 작은 경력부터 차근차근 쌓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 변상봉씨
면접장서 떨지 않고 마술 묘기
장교 출신다운 자신감 보여줘
‘6년4개월 군 복무. 육군 대위 전역’.
변상봉씨는 군인이 되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학군장교(ROTC)로 군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7월에는 지휘관 표창장을 받았다. 보안 수첩을 만들어 부대원들의 보안 의식을 높인 공로였다. 그가 군 시절 받은 표창장은 5개. 그는 “훈련을 마치면 의례적으로 주는 표창장이 아니라서 뿌듯했다”며 “병사들 손으로 직접 뽑은 모범 지휘관 표창장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씨는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진로를 바꿨다. 군 경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영업 분야에 도전키로 한 것이다. 그는 “탄탄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게 내 뜻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군 시절처럼 일한다면 어디서 일하든 인정받을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취업은 쉽지 않았다. 줄잡아 50군데 기업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 가끔 면접장에서 만났던 지원자 대부분은 군 장교 출신이었다. 그는 “군 경력 하나만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준비한 게 마술. 그는 오스템임플란트 면접장에서 실타래처럼 얽힌 고무줄을 푸는 마술을 보여줬다. 그는 “장교 출신답게 자신감 있는 답변과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며 “면접관도 ‘군 출신이라 그런지 씩씩하구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인사담당 고건창 팀장은 “영업사원을 뽑을 때 장교 출신을 선호한다”며 “면접장에서 떨지 않고 마술까지 보여준 변씨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입사해 그가 맡은 일은 서울 마포구 지역 치과용 기기 영업 담당. 제품을 병원에 소개·판매하는 일이다. 의사의 수술 준비를 돕기도 한다. 그는 “영업은 혼자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 조절이 중요하다”며 “군 생활을 하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했던 것이 영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중소기업 취업 정보가 많지 않아 전역을 앞두고 고생했다는 변씨. 그는 “먼저 입사한 선배가 알려준 취업 정보가 도움이 됐다”며 “아는 사람을 통해 취업 정보를 구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비상교육·오스템임플란트 입사 어떻게
비상교육, 꼼꼼한 여성 적극 채용 … 주관식 필기시험도
오스템, 면접 때 압박성 질문에 임기응변 답변 잘 해야
<비상>-지원 자격은.
<“교육용 교재 개발자와 강의 기획자 채용 비율이 높다. 따라서 대졸 이상을 선호한다. 여성을 적극 채용한다.”
-면접 팁을 준다면.
“1차는 실무 면접이다. 경력 사항, 직무 역량을 평가한다. 외운 듯한 정답을 말하기보다 주관·자신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답변을 하는 것이 좋다. 준비된 인재란 확신을 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2차 면접은 인성 면접이다. 회사와 개인의 가치가 일치하는지 평가한다.”
-채용 시 특징이 있다면.
“초·중·고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기 위해 필기시험을 보는 경우가 있다. 5~10개 주관식 문제를 1시간 동안 푼다. 관련학과 전공자라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오스템>-서류전형 팁을 준다면.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다. 어느 회사에나 낼 수 있는 자기소개서는 사절한다.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왜 임플란트 회사에 입사하려고 하는지’ ‘왜 회사가 지원자를 선택해야 하는지’다. 입사 후 포부란에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면접 팁을 준다면.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1차 면접을 치른다. 지원부서 팀장과 채용담당자 등 3명의 팀장급 면접관이 평가한다. 1차 면접은 인성 30%, 전문성 70%의 가중치를 둔다. 주로 압박성 질문을 던진다. 준비된 답변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임기응변을 중시하기 때문에 압박에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2차 면접은 인성 70%, 전문성 30%의 가중치를 둔다. 인사담당 임원, 인사팀장 등이 면접관이다. 2~3분 동안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지원 회사에 대한 이해도·준비도를 평가한다.”
-채용 시 중시하는 것은.
“입사 전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가 중요하다. 과거보다 미래에 가중치를 둔다는 말이다. 또한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앞으로 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는 게 좋다.”
자료: 인크루트 www.incruit.com
◆대표 루키=본지는 10대 그룹과 업종별 10개 기업에 대표 신입사원을 뽑아달라고 의뢰했다. 기업은 자체 논의를 거쳐 대표자를 추천했다. 인사담당자들은 “공채에서 가장 뽑고 싶은 유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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