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전국 곳곳의 기업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조선소 밀집지역인 경남 거제시와 통영시, 고성군의 조선관련 업체들은 이번 사태에서 한발짝 비켜서 있는 분위기다.

5일 조선업체들에 따르면 거제시와 통영시, 고성군 등 3개 시.군에는 수주잔량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등 세계 2.3위의 조선소 두 곳과 세계 100위권안에 드는 중소형 조선소 6곳이 모여 있다.

또한 조선소 협력업체들이 수십 곳에 달해 3개 시.군을 모두 합치면 7만~8만명 가량이 조선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조선업종은 전통적으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비정규직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다.

이들 조선업체의 고용형태는 계약기간을 명시해 고용하는 일반적인 비정규직과는 다른데다 선박건조 과정보다는 사무보조나 청소 등 단순 일용직에 한해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다.

대형 조선업체들이 정규직 고용체계를 유지하는 반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대개가 하루 일한 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는 시급(時給)형태로 일하고 있다.

계약기간보다는 일감의 유무에 따라 고용유지 여부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번 비정규직 사태 파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이와 함께 현재 조선소들이 극심한 수주난을 겪고 있지만 2~3년전 선박발주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수주한 선박들을 올해 건조하면서 건조 척수에서만 보면 올해가 최대를 기록할 만큼 인력이 많이 필요한 점도 비정규직법의 여파를 비켜가게 하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점도 비교적 비정규직법 영향을 덜 받는 원인 중 하나다.

부산지방노동청 통영지청이 최근 설문조사 형태로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계약해지되는 인원을 파악한 결과,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영지청 관계자는 "지역 조선업체에서 일부 계약해지되는 사례가 있지만 타 산업과 비교할 때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조선업계 특유의 고용형태로 인해 이번 비정규직법 사태 와중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