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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parkys@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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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반드시 국내에서 고집할 것은 아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보면 의외로 길이 많다. 특히 정부기관이 알선하는 해외 일자리를 찾아보자.
믿을 만하고 훌륭한 경력 관리도 된다.
김필규 기자
요즘 가장 주목받는 해외 인턴 취업 프로그램 중 하나가 외교통상부의 ‘WEST(한·미 대학생 연수취업)’다. 2008년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돼 올 초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Work’ ‘English Study’ ‘Travel’의 앞자를 따 WEST라고 이름 붙였다. 말 그대로 미국에서 일하며, 영어 배운 뒤, 여행을 하다 돌아오는 것이다. 미국 도착 후 5개월간 전문 교육기관에서 어학연수를 한 뒤 길게는 12개월 동안 현지 기업체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귀국 전 1개월 동안은 원하는 대로 여행을 할 수 있다.
외교부는 원래 비슷한 취지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도 지원해 왔다. 양국 간의 협정을 통해 여행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관광취업비자를 발급해 주는 것으로 기간은 1년이다. 또 최근 외교부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 취업하거나 인턴으로 일하려는 이들에게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국제기구 채용정보 사이트를 개편했다. 국제기구에 공석이 날 경우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능 등을 추가했다.
WEST 미국서 Work, English Study, Travel
올 초 선발된 WEST 1기들은 지금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고 있다. 3월 말 190명이 출국, 미국 각지에 있는 어학연수 전문기관에 배치됐다. 이들은 연수를 마친 뒤 곧 기업체의 인턴사원으로 투입된다. 일부는 벌써 일자리를 찾은 경우도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외교부 글로벌인턴지원단은 2기를 선발 중이다. 2기 규모는 200~300명 정도일 것으로 될 예상된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 3기를 추가 선발하게 된다.
당초 한 해 1000명 정도를 뽑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국 현지 사정으로 규모가 다소 줄었다. “최악의 경기 침체 탓에 자국 학생들의 인턴 기회도 줄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게 외교부 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WEST에 대한 한국 학생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1, 2기 모두 3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의 선발 과정은 크게 다섯 단계다. 일단 접수 공고가 뜨면 온라인으로 지원 신청을 한다. 참가신청서·계획서·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뒤 영어성적과 전 학년 성적증명서, 재학 혹은 졸업 증명서 등을 스캔해 첨부한다. 당초 일반 TOEIC 성적만 받았으나 2기부터는 TOEIC 스피킹(말하기) 성적도 함께 본다. 자격 요건을 갖춘 신청자 가운데 정부 추천 대상자를 뽑는다. 이 과정은 영어 말하기와 면접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정부의 추천을 받은 이들만 현지 스폰서 기관과 연결될 수 있다. 어학연수와 인턴 취업 등 현지에서의 모든 과정은 스폰서 기관이 맡는다. 미국에서 인턴 취업을 하려면 미 국무부의 방침에 따라 스폰서 기관을 거쳐야 한다. 스폰서라고 해서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발 학생이 “인턴직을 수행할 능력이 충분하다”며 미 정부에 보증을 서는 역할을 한다.
정부 추천 대상자들은 스폰서 기관으로부터 한 번 더 평가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최종 선발된 이들에겐 DS-2019 서류가 발급된다. 일종의 ‘인턴 허가서’로 이것이 있어야 미국대사관으로부터 J1비자를 받을 수 있다. 비자 작업이 완료되면 곧 출국, 스폰서 기관이 배정한 어학연수 기관에 들어간다. 5개월 뒤 인턴 취업을 할 기업 역시 스폰서 기업이 정해준다. 대개 뉴욕·워싱턴·LA·시카고·미네소타 등 대도시에 있다. 최근엔 지방 소도시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어 3기부터는 WEST 대상 지역을 넓히는 것도 검토 중이다.
어학연수를 마치면 곧장 현업에 투입된다. 현재 글로벌인턴지원단과 협력 관계에 있는 스폰서 기관들이 제공하는 인턴 분야는 IT(정보기술)·건축·법률·호텔·요식업·광고·관광·비영리 기관 등 다양하다. 인턴 채용회사의 면접, 연수 기간 동안의 평가, 개인 적성·능력 등에 따라 일자리가 정해진다.
워킹홀리데이 호주·일본·프랑스와 협정
현지에서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도 WEST와 비슷하다. 그러나 스폰서 기관이 따로 없어 일단 출국을 한 뒤엔 본인이 스스로 일할 곳을 찾아야 한다. 기간도 1년으로 짧다. 1995년 호주와 첫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맺은 이후 현재 캐나다·일본·뉴질랜드와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올 1월 프랑스, 4월 독일과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맺었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해당국별로 평생 한 번에 한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또 비자 발급 후 12개월 안에 해당 나라에 들어가야 하며 체류기간 역시 입국일로부터 12개월이다.
이 비자의 기본 취지는 취업뿐 아니라 여행 등을 통한 문화체험이다. 다만 합법적인 노동을 통해 여행 경비를 마련케 해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인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일할 곳을 미리 섭외할 수 있다. 비자와 관련된 정보는 한국 주재 각국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알아볼 수 있다.
국제기구 인턴 UN 뉴욕본부 한해 3차례 뽑아
유엔은 인턴십 전용 사이트(www.un.org/youth)를 통해 여러 기구의 인턴 취업 기회를 설명하고 있다. 뉴욕 본부의 경우 봄(1~3월), 여름(6~8월), 가을(9~11월) 등 총 세 차례 인턴을 뽑는다. 2개월 근무가 원칙이다. 그러나 근무 부서와 협의하면 반 년까지 근무 기간을 늘릴 수도 있다.
기구에 따라 수시모집도 종종 있다. 따라서 관심 있는 기구가 있으면 홈페이지에 자주 들어가보고, 인턴을 뽑을 계획이 있는지 직접 e-메일을 보내 물어봐 두는 게 좋다. 대부분 국제기구 인턴직은 무급이다. 따라서 뉴욕·제네바 등 물가가 높은 곳에서 일하게 되면 생활비 부담이 크다.
인턴은 아니지만 유엔자원봉사단(UNV)으로 특별한 경력을 쌓을 수도 있다. 70년 창설된 UNV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 8000여 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절반가량이 아프리카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단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후반이다. 대부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농업·교육·보건·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유엔 정규직에 비해 보수 수준은 낮지만 250만~350만원 정도의 기본 생활비가 지급된다. 나중에라도 유엔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겐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봉사단에 참여하기 원하면 UNV 인터넷 홈페이지(www.unv.org)를 방문, 희망자 명부에 자신의 이력과 관심 분야를 등록하면 된다. 세계 각지의 유엔 기구에서 필요 인력을 요청해 오면 UNV가 명단을 검토, 적격자를 찾아 연락하고 면접을 한다.
외교부는 이런 유엔 인턴직뿐 아니라 국제기구 진출에 대한 가이드가 될 국제기구 채용정보 사이트(www.UNrecruit.go.kr)를 2002년부터 운영했다. 기구별 성격, 근무조건 등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자신의 경력, 희망 진출 분야 등을 사이트에 등록, 국제기구에 취업할 기회가 생겼을 때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주 사이트를 대폭 개편, 각 기구에 공석이 생겼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경험자 8명 간담회
‘잠잘 곳만 있으면’ 하고 가면 낭패 봐요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글로벌인턴지원단 사무실에선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이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지원단 차원에서 그간의 경험을 듣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참석한 8명의 경험자들은 모두 “일과 여행을 통해 캐나다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현재 세계 어느 곳이든 경기침체 탓에 자국민조차 취업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미리 일할 곳을 꼼꼼히 알아보고 떠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 경험자는 게임업체·호텔·스타벅스·레스토랑 등 다양한 곳에서 일했다. 국내에서 일한 경력이 있을 경우 이를 활용해 직장을 구할 수도 있다. 캐나다 정부가 운영하는 취업사이트(www.jobbank.gc.ca)를 이용해 취업한 경우도 있다. 메리어트 호텔에서 일했던 한 참석자는 출국 전 한국에서 미리 일자리를 결정하고 갔다고 한다.
간혹 너무 어렵게 일자리를 찾은 통에 하루 15시간씩 일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여행과 문화체험이란 본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일단 잠잘 곳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 농장이나 들어갔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일부 악덕업주의 경우 천막에서 머물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언어 능력이 뒷받침되면 직장을 구하기 쉽다고 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기초실력을 갖추고 떠나라는 게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초기 비용은 항공권 이외에 100만~170만원 정도를 들고 가는 게 일반적이다. 여행 경험에 대해서는 대부분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나 취업과 여행, 어학공부 간에 균형을 잡는 게 쉽지는 않다고 했다. 특히 공식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조은주씨는 “(여행자 가운데) 밤에 위험한 곳을 혼자 가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며 “어디서든 본인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WEST 1기 참가자 박정문씨
많은 것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귀국할 것
<WEST 1기인 박정문(25·한국항공대·사진)씨는 3학년을 마친 뒤 휴학하고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지난달 7일부터 미국 메릴랜드대 항공우주연구원에서 인턴을 시작한 그를 3일 전화 인터뷰했다. 3월 말 출국한 그는 이례적으로 한 달여 만에 어학연수를 마치고 현업에 투입됐다. 당초 5개월로 연수 기간이 잡혀 있었지만 스폰서 기관이 “지금 좋은 기회가 났으니 탄력적으로 연수와 근무 기간을 조정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연수 기간을 줄이는 대신 인턴 근무를 4개월 더 해보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내게 딱 맞는 일자리라고 생각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 연구소에는 미국인·인도인·파키스탄인 등 다양한 국적의 석·박사, 교수들이 일하고 있다. “글로벌한 환경에서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쌓고 있다”는 게 지금까지 생활에 대한 평가다.
본인을 포함, 동기들을 지켜본 결과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적극성이라고 했다. 비슷한 언어 구사 능력으로 시작했지만 꾸준하게 노력한 친구들은 미국에서 몇 달 생활하고 나니 확 실력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실제 미국 생활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며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해외 인턴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무엇보다 많이 배우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연수 기간 동안 미 금융기관 와코비아의 부사장이 와서 강연을 한 적 있다. 그때 앞으로 인턴 기간 동안 “Be a sponge(스펀지가 되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같은 1년이라도 각자가 배우는 분량은 다를 거다. 정말 스펀지처럼 최대한 많은 것을 빨아들이고 경험해서 돌아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WEST 지원단 박태진 외교부 서기관
현지 큰 기업만 고집 말고 경력 살릴 곳 찾길
해외 인턴은 낯선 환경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따라서 언어 능력보다도 “좋은 경험을 쌓겠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는 게 WEST 운영자들의 이야기다. 현재까지 WEST의 진행 과정과 앞으로 지원을 희망하는 이들에 대한 조언을 외교부 글로벌인턴지원단 박태진 서기관으로부터 들어봤다.
-현재까지 진행상황이 어떤가.
“1기 학생들 대부분이 현지에서 어학연수 중이다. 일부는 이미 인턴 업무를 시작하기도 했다. 2기는 이미 지원을 받고 선발작업에 있다. 2기부터는 말하기 능력 평가에 중점을 뒀다. TOEIC 스피킹 점수를 필수로 보는 만큼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곧장 인턴으로 가지 않고 일단 어학연수를 거친 뒤 현장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것 같다. 사업 자체가 비영리인 만큼 일반 업체를 거치는 것보다 비용이 좀 더 저렴한 것으로 안다.”
-1기 학생들을 보내며 느낀 점은.
“간혹 거주지 문제, 연수기관 문제 등으로 약간의 마찰을 겪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직접 집주인과 상담해 조건을 바꾸거나 스폰서 기관에 불만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의 부모님에게 전화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다. 다른 언어로 여러 상황을 풀어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해외 인턴의 한 과정이다. 스스로 해결하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해외 인턴에 도전할 학생들에게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간혹 자기 전공·능력에도 맞지 않는데 무조건 대기업만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돌아와 국내에서 취업할 때 경력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다. 가끔 미국 학생들도 가고 싶어하는 곳을 국내에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무조건 큰 기업으로 가면 경력을 살리기보다 사무보조 쪽으로 빠질 염려도 있다. 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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