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에서 문구도매업을 하고 있는 김모(43)씨는 지난해까지는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은행에 통사정 해서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은행 따라 대출한도도, 이자율도 제각각이지만 꼼꼼히 따져볼 처지가 못 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김씨 같은 도·소매업자는 서울시에서 직접 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경제위기로 타격이 큰도·소매업과 운수업 종사자를 위해특별지원제도를 만든 덕분이다. 융자액은 매출액의 50%까지로, 연간 4억원가량 매출을 올리는 김씨는 2억원 까지 융자받을 수 있다. 조건도 연리 4%에 2년 거치 4년 분할상환으로 은행에 비해 훨씬 좋다.

　또 기술은 있지만 담보가 없어서 돈을 못 빌리는 중소업체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을 통해 3000만원까지 무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대출금리가 1~2%포인트가량 낮아져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서울시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 경제살리기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 훈령’을 발표했다. 경제살리기와 관련해 광역자치단체장이 특별 훈령을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중소기업 지원 대폭 강화=서울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 육성 자금으로 1조4000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액수다. 이 중 60%인 9800억원을 상반기 중에 풀기로 했다.

　담보 부족으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기업을 위해 신용보증 한도를 현행 100%에서 130%로 높였다. 연매출액 1억원인 기업은 종전 2500만원이던 신용보증 한도가 3250만원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유사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급을 책임지는 신용보증비율도 3000만원 이하는 100%로, 3000만원 초과 시는 95%까지 10~15%포인트 올렸다.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이 대출금의 15%가량 책임져야 하는 부담 때문에 대출을 꺼리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다.

　발주에서 실제 계약까지 걸리던 기간도 20일 이상 단축했다. 훈령은 예산조기집행과 중소기업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경미한 과실을 저지른 공무원을 면책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강교원 서울시 자금지원팀장은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용보증 한도를 늘리고 대금 지급기일을 앞당기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일자리 20만 개 늘리기 추진=서울시는 일자리를 개발하고 알선하기 위해 한국프레스센터 5층에 ‘서울 일자리 플러스 센터’를 개설했다. 센터에서는 서울시 산하 여러 취업센터에 나뉘어 있던 구인·구직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구청에도 정보를 제공한다. 구직자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창업 상담창구에서는 자금 조달 방법까지 알려준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가 발굴한 구인 업체를 구직자와 연결하는 등 서울시가 일자리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교통지도원, 아이돌보미, 산모 신생아 도우미 등 사회적 일자리 4만2000개를, 간병서비스와 재활용분리 사업 등 60개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24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공공근로사업은 지난해보다 2500개 늘어난 2만4100개로 확대했다.

　 강갑생 기자

◆훈령(訓令)=상급 관청이 하급 관청에 내리는 명령. 법률 체계상 조례나 조례규칙보다 아래에 있다. 행정기관 내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대외적으론 법규(法規)로서의 성질은 띠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이 이날 발표한 훈령은 제953호로, 서울시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특별훈령’으로 이름 붙였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