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뺀 피자로 여성 마음 꽉 잡았죠.” 미스터피자 황문구 사장이 서울 반포동 본사에서 최근 출시된 ‘한치골드 피자’를 소개하며 웃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토종 피자 브랜드로 알려진 미스터피자는 원래 일본 브랜드였다. 창업주 정우현(59) 회장이 1990년 재일교포 2세가 운영하던 일본 미스터피자와 기술 제휴를 맺고 들여온 브랜드다. 그리고 6년 뒤, 정 회장은 일본을 제외한 전세계 미스터 피자의 판권을 사들이며 중국·미국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 피자헛에 이어 국내 2위 피자브랜드로 성장한 이 회사는 한국·미국·중국을 합쳐 309개의 매장을 보유하며, 이젠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기름 뺀 피자로 출발=미스터피자는 90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며 출발했다. 당시 미국계 피자헛이 피자 시장을 주도하면서 동네 피자집인 하우스 피자도 빵이 두껍고 기름기가 많은 ‘미국식 피자’방식을 따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피자사업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정 회장은 ‘피자는 느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대문 시장에서 양말 도매상을 했던 정 회장은 외식사업을 해보려고 89년 일본을 방문했다가 미스터피자를 맛보았다. 그리고 바로 무릎을 쳤다. 한국 사람이 좋아할 맛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빵이 얇고 쫄깃한 데다 기름기가 적었기 때문이다. 피자빵은 반드시 하루 동안 저온 숙성시킨 반죽을 손으로 쳐서 만들고, 석쇠에 구워 기름을 빼는 조리 원칙 덕분이었다. 초창기 광고 문구가 ‘기름 뺀 수타(手打) 피자’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조리법은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한국에서의 사업은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식으로 전개했다. 일본 미스터피자는 배달 위주의 사업이었지만, 한국에선 넓은 고급 레스토랑식으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피자가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고급 서양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었다. 90년 문을 연 이대점이나 91년 서울 서초동서 문을 연 2호점은 이런 전략을 잘 드러내줬다. 특히 2호점은 240평 대형 매장에 실내악단의 생음악 연주까지 곁들여 고급 양식집을 연상케했다.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자체 개발한 ‘포테이토 피자’는 곧 모든 피자 브랜드들이 모방한 인기 메뉴가 됐다. 이후 5년 동안 서른 곳의 직영점을 내고, 95년부터 가맹점 모집을 시작했다. 　<◆이젠 ‘여성 피자’로 승부=외환 위기 때 자금 압박으로 지방 소도시에 진출했던 직영점 10여 곳을 닫았다. 지금 직영 매장은 17개 선이다. 2000년 초, 유명 미국 브랜드가 몰려오고, 국내 브랜드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피자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렸다. 이 회사의 창업 멤버인 임혁병 이사는 “가맹점주들로부터 광고비를 거둬 집행하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광고비 지출이 경쟁업체보다 적어 마케팅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매장 확장세가 주춤하고 한계에 내몰린다 싶을 때 반도체 부품회사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출신의 황문구(57) 사장이 영입됐다. 　2003년 여름 부임한 황 사장은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그는 “경쟁업체인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에 비해 절반 수준인 광고비부터 대폭 늘리기 위해 가맹점주를 설득하는 게 첫 임무였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일일이 가맹점주를 만났다. 그는 200여 명에 달하는 가맹점주를 여러 차례 만나 “매출 증대를 위해선 광고비 지출을 경쟁회사 수준만큼 올려야 한다”고 설득했다. 매출 증대 효과가 없으면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단서까지 달았다. 결국 기존의 두 배 정도의 광고비를 확보했고, 이 덕분에 2004년 5월부터 ‘여자를 위한 피자’라는 새로운 슬로건 아래 대대적 마케팅이 가능하게 됐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2004~2006년 사이 미스터피자의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34%에 달했다. 올해도 25% 정도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올 4월 제주도에 300호 점을 열었다. 중국 8곳과 미국 LA 한 곳의 매장도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황 사장은 “피자 고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10·20대 여성의 입맛을 완전히 파악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황 사장의 목표는 3년 안에 국내 1위 브랜드로 올라서는 것. 그는 “산뜻한 맛으로 전세계 여성을 사로잡는 글로벌 피자업체가 꿈”이라고 말했다.
글=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한국미스터피자는 설립: 1990년 9월 대표: 황문구(사장) 사업장: 본사(서울 반포1동) 공장(충남 천안시) 총 자산: 234억2906만원 임직원 수: 152명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