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화약부문의 젊은 인재들이 서울 장교동 사옥 회의실에 모여 자사의 제품 모형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최정훈.변상수.이명헌.김혜란.황성재.배동국씨.

<군대에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한화 화약부문이 만든 제품을 한번쯤 다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총탄.수류탄.유탄.고폭탄.로켓탄 등 온갖 폭발물을 다 만드는 회사다. 1952년 '한국화약'이라는 간판으로 다이너마이트.에멀전폭약 등 산업용 폭약을 만들기 시작한 한화는 1974년 방위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00년 이후 한화는 재래식 폭탄 제조에서 벗어나 다연장 로켓탄, 유도무기체계 개발 등 국내 방위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지금은 항공기 부품, 우주 발사체 등 우주항공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6600억원의 매출 중 57%를 방위산업에서, 27%는 산업용 폭약, 나머지 16%는 우주.항공분야에서 올렸다. ㈜한화 기획실 강기수 부장은 "앞으론 화학공학 전공자 외에도 기계.컴퓨터.우주항공 등 이공계 분야의 우수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한화 기업문화의 키워드로 '신용과 의리'를 꼽는다. 예기치 못하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는 방위산업체여서 이런 덕목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그런지 직원의 집안에 일이 생길 때 잘 뭉친다고 한다. 기획팀에서 일하는 최정훈(32) 대리는 "3년 전 우리 직원의 아들이 군복무 중 실종됐는데 사장 이하 전 임원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생산직은 물론 관리직에도 15%밖에 되지 않는 여직원들에 대한 배려도 남다르다. 회계팀의 유일한 대졸 여사원인 김혜란(24)씨는 "무더위에 외출했다 돌아온 부장이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부채를 건네거나 고무줄로 머리를 묶은 모습을 본 임원이 머리끈을 사다준 적도 있다"고 했다. 인간관계가 끈끈하다 보니 술자리는 잦은 편이다. 인사팀 이명헌(30)씨는 "공식적인 회식보다는 맘이 맞아서 한잔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내 공식 행사주는 '폭탄주'다. 그렇다고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만큼 회사를 다니는 동안 수년쯤은 지방 근무를 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입사해 최근까지 인천 공장에서 일했다는 화약사업부 배동국(32) 대리는 "지방 근무가 처음엔 싫었지만 근무 분위기가 따뜻해 본사 근무 발령이 달갑지 않기도 했다"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화약을 만들면서 큰 사고가 나지 않는 것도 서로를 위해주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화약시장에서 한국화약의 경쟁업체는 없다. 그래서 회사는 최근 글로벌사업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다. 산업용 화약부문은 최근 동남아와 중동 시장 개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보잉사가 발주한 차세대 여객기의 구동장치 개발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회사는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 여러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매년 3명 안팎의 우수사원을 뽑아 해외 유학을 보낸다. 인문계 출신 관리직은 경영학석사(MBA), 이공계 출신의 기술.연구직은 석.박사 학위과정에 도전할 기회를 준다. 또 각종 국제 학술 심포지엄 등에 연간 50여 명의 기술.연구직 사원들을 보낸다. 우주항공사업부문 황성재(31) 대리는 "회사가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하고 있어 조직원들도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글=임장혁 기자 <jhim@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한화 화약부문 -설립 : 1952년 한국화약㈜ 설립 -대표이사 : 남영선 -매출액 : 6607억원(2005년 기준) -영업이익 : 656억원(2005년 기준) -직원수 : 2550명 -직원 평균 연령 : 36.3세 -대졸초임 :3100만원 -1년 이내 이직률 :9% -지방대 출신 비율 : 35% -여성 비율 : 15%(관리직 기준) -석.박사 비율 : 17% -사업장 : 서울 장교동 본사/공장 : 전남 여수, 대전, 충북 보은, 경남 창원, 경북 구미, 울산(온산공단), 충남 천안/지점 :부산.광주 등 전국 8개 <■ 신입사원 "술도 잘하느냐"는 질문에 "빼진 않아요"라고 당차게 답하는 김혜란(24) 신입사원. 그는 올 1월 ㈜한화의 가족이 됐다. 취업 전 그에게 방위산업은 생소한 분야였다. 그래서 도전 의욕이 생겼다고 한다. 대학을 다닐 때는 동아리 활동보다 현장 경험을 쌓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고 한다. 하나은행 방카슈랑스 담당 부서와 삼성전자 LCD 부문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했다.3학년 때는 한 학기를 쉬고 중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룹 연수과정 중 한화그룹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도보대행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올해 200여 명의 신입사원은 속초~고성 해안도로 60여㎞를 완주했다. 김씨는 "발이 부르터 주저앉은 친구들은 서로 부축해 같은 길을 걸으며 동료애를 길렀다"고 말했다. 한화는 면접 때 "조직적응력'과 '근무의욕'을 눈여겨본다. 쉽게 떠날 사람은 아예 뽑지도 않는다. 내년부터 기술직 지원자에 대해서는 전공 관련 프리젠테이션 면접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씨는 면접과정 중 "여자도 지방 근무를 할 수 있는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대답은 당연히 "예"였다. 서류에서 학점은 평소 성실성의 잣대로 중시되지만 토익 영어성적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회사의 끈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김씨는 "대학시절 조직관리를 재밌게 배웠는데 이를 실무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사.교육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 Q & A -2007년 채용계획은. "석사급 연구원을 포함한 대졸 신입사원을 상반기에 40명, 하반기에 40명 정도 뽑을 계획이다. 상반기는 5~6월, 하반기는 10~11월에 뽑는다. 채용공고는 회사 홈페이지와 취업포털사이트에 올린다. 10월에는 서울지역 10여 개 대학에 직접 찾아가 취업설명회도 한다. 박사급 연구원들은 수시채용한다." - 어떤 전공분야를 선호하나. "그동안 화학공학 전공자를 주로 뽑았지만 최근에는 기계. 전자 분야 전공자들도 많이 채용한다. 회사는 유도무기 개발과 항공기 부품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인문계는 전공 불문이다." - 지방근무자를 위한 처우는. "사택과 기숙사가 준비돼 있고 입주를 하지 않으면 별도의 주택자금을 지원한다. 근무 희망지와 지역 연고를 배려하지만 특정 지역에 근무할 사람을 별도로 뽑지는 않는다." - 사원 복지를 위한 제도는 어떤 것이 있나. "그룹 계열사인 갤러리아백화점.플라자호텔.63빌딩.한화 콘도를 이용할 때 우대받는다. 전국에 있는 한화리조트는 매년 2박3일씩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 여직원 숫자가 적은데. "방위산업 분야가 여성들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선발 과정에 차별은 없다. 여성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