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인터넷 쇼핑몰 구스닥(G마켓의 전신)은 맥을 못 췄다. 모회사인 인터파크가 3년 전 온라인몰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며 사업을 벌였지만 실적은 보잘것없었다. 거래 건수, 거래액이 모두 부진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자본금도 거의 다 까먹었다. 구영배(41.사진) 사장은 잠이 오지 않았다. 회사 분위기가 냉랭해지자 사직서를 들고 오는 직원들이 나왔다. 회사 문을 닫든지 뭔가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6년 12월 구 사장은 "이제 한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나래를 펼칠 때"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G마켓의 권토중래(捲土重來) 비결은 뭘까. G마켓(구스닥 후신)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올 7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고 매출액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늘고 있다. 올 3분기 실적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이 기간 상품거래액은 5730억원이고 이에 따른 거래수수료 매출은 261억원이다. 사이트에 유치한 광고수주액이 151억원에 달한다. 분기별 실적으론 역대 최고 수준이다. G마켓의 올해 총 거래 목표액은 2조3000억~2조5000억원. 불과 몇년전 만해도 꿈에도 못 꿀 실적이다. 한 주당 15.25달러에서 거래됐던 나스닥 주가는 요즘 22달러선을 오르 내린다. 나스닥 상장 직전에 미국의 대표적 인터넷기업 야후가 G마켓 지분을 액면가(100원)의 100배 수준인 1만원대에 샀고 2004년 말에는 미국계 투자펀드인 오크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의 투자도 유치했다. 그만큼 해외에서도 G마켓의 사업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G마켓은 3년전만해도 적자가 쌓여 존폐기로에 섰던 기업이다. 2003년 9월 구스닥은 상호부터 바꾸기로 했다. '구스닥'이란 사이트가 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상품(Goods) 거래소를 뜻한다는 의미로 'Goods'에 코스닥.나스닥 뒷부분의 닥(daq)를 붙여 만들었지만 반응이 썩 좋지 안했다. < 사내 공모 과정을 거쳐 한 달만에 G마켓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경영방식도 확 뜯어고쳤다. 당시 구스닥은 오픈 마켓(열린 시장)을 추구하면서도 일반 쇼핑몰과 큰 차이가 없었다. 궁리하다보니 틈새는 있었다. 당시 온라인상에 B2B(기업대 기업), B2C(기업대 소비자),C2C(소비자대소비자) 등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거래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동대문 시장의 상인, 동네 가구점 주인 등 일반상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채널은 사실상 전무했다. 우선 이들을 끌어 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판매자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상품 등록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판매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판매액의 6~12%)으로 책정 했다. 카드수수료도 받지 않았다. 또 판매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처럼 마음대로 이벤트 등 판촉활동을 할 수 있는 미니샵을 무료로 열어줬다.흥정하기, 땡처분, 스타샵 등 다양한 온라인 거래기법도 도입했다. 구영배(사진) 사장은 "판매자가 모여야 물건이 쌓이고 물건이 있어야 손님이 오고 손님이 와야 다시 물건이 팔린다는 생각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니까 효과는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2004년 1월 하루 평균 거래건수가 5000건을 넘어섰고 2005년 초에 10만건을 훌쩍 넘겼다.현재는 하루 거래건수가 40만~50만건 수준. 이젠 옥션과 거래액.순익 등을 놓고 선두를 다툰다. G 마켓은 현재 나스닥 상장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 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제대로 된 영문 거래 사이트를 만들 예정이다. 구 사장은 "단순히 한국 G마켓 사이트를 영어로 번역한 수준이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 인이 물품을 올리고 거래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에도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G마켓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손님 끌기에 치중한 나머지 수익구조가 경쟁상대인 옥션에 비해 취약하다. 또 판매상들이 늘면서 최근 빈발하고 있는 '짝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짝퉁은 단지 G마켓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 문제이지만 고객은 물건을 살 때 실제 판매자 보다는 G마켓을 믿고 물건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염태정 기자<yonni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kimhs@joongang.co.kr> ◆G마켓은 -창업:2000.4 (당시 구스닥). 2003.10 인터파크지마켓으로 사명변경 -사업분야:오픈마켓(인터넷 거래 장터제공) -매출.거래액:703억원 / 1조809억원 (2005년 말 기준) -본사:서울 역삼동 -직원수:370명 <자료 : G마켓>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