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복지의료공단은 본업과 무관한 버섯 판매사업에 뛰어들었다가 73억원의 손실을 봤다. 가스공사는 우리사주조합에 41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무상 출연하기도 했다. 정부투자기관의 2002~2004년 평균 인건비 상승률은 9.2%로 정부 가이드 라인(평균 4.7%)의 두 배에 달했다. 기획예산처가 지난해 말 공개한 공공기관(공기업+산하기관)의 방만한 경영 사례다. 공공기관의 경영이 이렇게 방만한데도 각 부처들은 앞다퉈 공기업이나 산하기관 추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이는 정부 조직 혁신과 효율성을 강조해 온 노무현 정부의 방침과는 거리가 먼 부처별 밥그릇 챙기기"라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11개 부처가 정부 또는 국회의원 발의로 23개 공기업.산하기관 설립을 추진했다고 29일 밝혔다.

문화관광부가 국제방송공사.미술품감정평가원 등 6개 기관(의원 발의 5개)을, 행정자치부는 지방세연구원.한국전자정부진흥원 등 3개 기관(의원 발의 2개)의 신설을 요청했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도 각각 3개 기관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해양수산부.재정경제부.외교통상부 등도 산하기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동북아역사재단(외교통상부).대한장애인체육회(문화관광부) 등 6개 산하기관의 설립이 승인됐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한 공공기관을 설립하려면 기획예산처 등 예산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부처가 형식적 협의만 거친 뒤 개별법을 통해 산하기관을 설립하기 때문에 관리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늘어날수록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앙정부의 예산은 167조3000억원이었으나 정부투자.출자 기관 101개의 예산만 133조3000억원에 달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함부로 설립하지 못하도록 공공기관운영위위원회가 타당성 심사를 하도록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