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휴가철만 되면 갑자기 인기가 좋아진다. ② 역마살 낀 사람들에겐 '딱'이다. ③ 통역부터 마케팅, 각종 이벤트 기획까지 하는 '종합예술인'이 돼야 한다. ④ 채용.업무에 남녀 차별이 없다. ⑤'어떻게 하면 잘 놀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일이다.

	[사진=오종택 기자]

< 대한민국에 이런 직장이 있다. 그것도 요즘 한창 주가가 높다는 공기업이다. 바로 '한국관광공사'다. 해외 여행이 일상화한데다 최근 불어닥친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관광공사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신입 공채 경쟁률은 줄곧 100 대 1을 넘었다. ◆해외 나갈 기회가 풍성=아무래도 비행기를 탈 기회가 많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지사에서 2년여간 순환근무를 할 수 있다. 또 특별 기획을 맡을 경우 수시로 출장을 갈 수 있다. 물론 '주요 관광지를 답사하는 것'이 일이다. 현재 전 세계에 23개 지사가 있다. 주요 시장인 일본에 5곳, 중국에 2곳, 미국에 3곳이 있으며 올해 안으로 중국에 3개소를 더 개설할 예정이다. 각 지사엔 평균 3명씩의 본사 직원이 일한다. 이곳에서 하는 업무는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나 주로 한국의 관광 명소를 현지인들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 한류 영향권인 일본.중국.동남아 등의 지사에선 관광박람회 등에 한류 스타를 초청,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미국.유럽 등에선 관광객 유치보다 일반인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역할에 주력한다. 2002년 미국 뉴욕지사에서 근무한 박철호 과장은 "인력이 적기 때문에 본사에 있을 때보다 업무강도는 셌지만 각계 해외파견 직원과 교민들을 만나면서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인이 원할 경우 공사에 있는 동안 두 번 정도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가 생긴다. 물론 모두가 해외 근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관광진흥분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대상이며 자리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희망자 가운데 별도의 선발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영어를 잘 구사하는 직원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영어권 지사의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자기 계발에 힘쓰는 분위기=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공사 근처 종로에 있는 어학원에 다니는 직원이 많다. 언어가 기본 무기인 만큼 꾸준히 연마할 필요성을 직원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의 지원 시스템도 잘돼 있다. 학원비의 경우 전액 회사가 지원해주며 야간 대학원에 다니면 학비의 75%를 대준다. 관광이나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해외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2년간 학비 전액과 해외 근무수당의 80%에 준하는 체재비를 지원한다. ◆풍부한 여행 정보 얻어=공사에서 격주로 만드는 사내 소식지 '청사초롱'에는 전국, 전 세계 각지에서 보내오는 생생한 최신 여행정보가 담겨 있다. 공사 홈페이지(www.etourkorea.com) 역시 양질의 다양한 관광정보가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직원이 '여행 박사'다. 그래서 휴가철만 되면 "괜찮은 여행지를 소개해 달라"는 친구.친지들의 전화를 받는다. 심지어 매진된 항공권.기차표를 구해달라거나 성수기 호텔 예약을 부탁하는 민원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일반인들은 '관광공사에 있으니 힘 좀 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테크놀로지본부 안지환 부장은 "안타깝게도 그런 쪽으로는 전혀 힘을 쓸 수 없다"며 "요즘은 예전에 모든 공무원이 받았던 항공권 할인혜택조차 없다"고 말했다. ◆전공.성별 안 따지는 열린 채용=2001년 입사한 이용 대리는 대학 때 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학원에 다니며 중국어 공부를 해 1년간 연수를 다녀온 뒤 공사에 지원해 합격했다. 2년 전 북경지사에 파견돼 근무하다 지난달 귀국했다. 이 대리는 "전공은 관광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입사에서 업무 배치까지 전공에 따른 차별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성격상 남자 또는 여자만 할 수 있는 업무가 없는 게 관광공사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공사 전체 직원 710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40%를 넘는다. 최근 4년간 공채 신입사원의 남녀 성비는 비슷하다. 인재개발팀 황승현 과장은 "2년 전 처음으로 여성 지사장이 나왔으며 점점 여성의 파워가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 사원을 뽑을 때는 전공.성별.연령.학력 등을 전혀 따지지 않는 '열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업무 성격상 '외국어 능력'에 많은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 일반직의 경우 토익 850점 이상이 돼야 지원할 수 있으며, 제2외국어 특기로 지원할 경우 해당 언어로 현지인과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중국어는 한어 수평고시 9급 이상자만 지원할 수 있다. 글=김필규 <phil9@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선배님 이게 궁금해요 ? Q:관광공사에선 홍보마케팅 업무가 전부인가요. A:아니다. 관광공사 업무는 크게 ▶관광진흥▶관광지 개발▶e투어리즘▶면세사업 분야로 나누어진다. 이 중 홍보마케팅 업무를 하는 관광진흥분야에 가장 많은 인력이 일한다. 관광지개발 분야에선 제주 중문단지, 경주 보문단지 등 대형 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하며 현재 해남에 해양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토목.건축.조경 전공자를 뽑는다. e투어리즘 본부에선 홈페이지 운영과 온라인 마케팅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Q:정시에 퇴근하나요. A:그렇지 않다. 정해진 근무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나 업무에 따라 야근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특히 해외지사 근무를 할 때는 본사에 있을 때보다 일이 더 많이 몰릴 수도 있다. 휴일은 꼬박꼬박 잘 지켜지는 편이다. Q:급여수준은 어떻게 되나요. A:5급 정직원에 임용되면 최저 연봉이 239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성과급이 지급되며, 최상위 등급을 받을 경우 월급의 500%까지도 더 받을 수 있다. 또 배우자와 자녀, 직계 부모 등에 대한 가족 수당도 지급된다. Q:입사 때 어학 실력은 어느 정도여야 하나요. A:영어는 토익성적 850점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제2외국어 분야로 지원할 경우 토익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제2외국어는 외국인과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인접 국가인 중국어.일어 등을 잘 구사하는 직원에 대한 수요가 많다. Q:채용시 가산점을 주는 항목이 있나요. A:취업보호대상자에 대해선 관계 법률에 따라 점수 환산이 가능한 모든 전형 단계에서 만점의 10%를 가점으로 준다. 또 관광관련학과 전공자에겐 필기시험 만점의 0.5~1%를 가점으로 준다. 자격증 등에 의한 가산점은 전혀 없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