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기능장회가 지난달 울산 동구 전하동의 산동네를 찾아 집수리를 해주고 있다. 기능장회는 송년회도 집수리 봉사활동으로 치를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의 외업1관 여직원 20명은 올해 처음 ‘문화 송년회’를 기획해 현대예술관 공연을 관람했다. 선박부품업체인 대진기업은 현대예술관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보며 송년회를 가졌다.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은 24일 울주군 웅촌면에 있는 수연재활원 원생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 겸 송년회를 가질 예정이다. 기업체 송년회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흥청망청 술자리 대신 문화·스포츠·봉사 활동을 통해 실속과 보람을 챙기는 행태이다. ◆공연감상·스포츠=현대중공업의 보전1부 직원 30여명은 이달 초 현대예술관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연극 라이언을 함께 감상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마쳤다. 또 이 회사 저항추진연구실과 의장설계3부는 볼링과 탁구·풋살 등 스포츠 경기를 통해 화합을 다지며 한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대예술관과 한마음회관에서는 기업체·친목회의 공연관람·스포츠 송년회 예약이 줄을 잇자 아예 패키지 기획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와 연극·전시회 관람에 탁구·볼링·농구·풋살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수 있는 시설·공간, 저녁식사와 간단한 음료를 합쳐 1인당 1만원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웃과 함께=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과 SK에너지 무지개봉사단은 24일 수연재활원에서 송년회를 열 예정이다. 송년회 비용으로 마련한 내의를 정신지체장애 어린이에게 선물하고 이들과 어울려 한해 동안 봉사활동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계획이다. 한화석유화학 김상훈 상무는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먹고 마시는 송년회식보다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것이 더 의미가 깊다고 판단해 송년회 방식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실력파 기술인들로 구성된 기능장회는 복지시설 보수와 산동네 집수리를 해주는 봉사활동 송년회를 갖기로 하고 봉사 대상을 찾고있다. 이 회사 ‘고려수지침 동아리’는 송년회 대신 지역 경로당과 복지시설을 찾아가 독거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수지침을 시술하며 온정을 전하기로 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툴링계획팀 직원 18명은 6일 ‘나눔과 섬김의 집 급식소’에서 송년회를 열었다. 송년회 비용으로 아껴뒀던 100여 만원으로 200여 명의 노인·실직자들에게 돼지수육·떡·맥주를 대접하고 목도리를 선물했다. 봉사활동을 마친 뒤 인근 문수산을 올라 자연보호 활동도 벌였다.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부산시지회는 10일 오후 7시 부산시 범일동 축복예식장에서 지역의 호텔주방장·대학 조리학과 교수 등 요리전문가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웃돕기 송년의 밤 행사를 연다. 주최측은 참석자에게 요리를 제공하고 수익금을 부산밥퍼나눔운동본부에 전달한다. 3일 울산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이바담그룹의원 6주년 및 이바담 치과(울산시 삼산동) 개원기념 ‘2008 송년의 밤’행사도 공연을 곁들인 이웃돕기 모금행사로 치러졌다. 이바담의원 의료진과 환자 등 참석자 200여명은 공연을 보고 불우이웃돕기 성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병원측은 이 돈으로 쌀을 사서 울산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외국인도 한 몫=6일 울산시 동구 전하동 현대호텔에서는 외국인 직원들이 주최한 스코틀랜드 전통 축제의 하나인 ‘세인트 앤드루스 볼(Saint Andrews Ball)’ 행사가 마련됐다. 자선 송년회 성격의 이 행사에는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과 가족 1000여 명이 참석해 백파이프 등 스코틀랜드 전통 악기 연주와 전통춤 등을 관람했고 행사 비용 등을 절약해 모인 성금 1천만원은 지역의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키로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11일 오후 경남 거제시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외국인 선주들과 함께 코미디 퍼포먼스 ‘점프’(JUMP) 공연을 관람하는 송년회를 연다. 매년 호텔에서 파티 형식으로 치뤄온 외국인 선주들을 위한 연말 송년회를 올해는 대한민국 대표 공연문화상품의 하나인 ‘점프’를 관람하는 것으로 형태를 바꿨다. 현대중공업 외국인 송년회를 개최한 제임스 맥알룬(30·영국) 씨는 “경제가 어려운 만큼 올해 송년회를 의미 있게 치르고 싶었다”며 “송년회에서 모은 돈은 지역 저소득 대학생 등록금, 생계가 어려운 가구의 생활비, 아동센터나 공부방 운영비 등으로 사용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