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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고급자원을 차별이라는 바보짓으로 낭비하지 말자
직장 내 여성차별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듯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987년에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제정한 바 있고, 그 2년 후인 1989년에는 현존하는 남녀차별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남녀 평등고용법 제 2차 개정 시 고용 장면에서 잠정적으로 여성을 우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했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남녀차별로 인한 불균형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부에서 2004년에 조사한 여성고용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 직장인들 중에서 61%가 입사 직후부터 남자보다 낮은 직급에 배치되고 있고, 58%는 그 후 승진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제한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조사에서는 또한 산전, 산후 휴가를 신청할 때 무언의 눈치가 보인다는 응답이 52%에 달했고, 16%는 퇴직 압력까지 받는다고 조사된 바 있다. 더욱이 이런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서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여성 직장인들이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여성이라는 고급자원을 차별이라는 바보짓으로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직장내 남녀차별의 문제를 개선하고 여성이라는 고급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들이 필요한가? 이에 관해 각각의 경제 주체인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보자. 먼저 정부 차원에서는 직장에서의 차별을 개선하고 나아가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법규들을 제정하고 이를 강 력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04년 OECD 국가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평균 60.1%인 데 비해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3.9%에 그치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는 GDP 대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저조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남녀고용평등법의 개정을 통해 2006년 3월 1일부터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란 오랜 기간 동안의 차별로 인해 왜곡되어 있는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바로 잡고 실질적인 균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차별받아온 집단을 우대하는 정책을 말한다. 여기서‘적극적 고용’이라 함은 채용이나 승진 등의 고용 장 면에서 동등한 자격의 후보자라면 차별 시정을 위해 차별집단인 여성을 적극적으로 우선 고용하는 것을 말하며, 만일 여성 후보자의 자격 조건이 남성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에는 물론 적극적 고용의 대상이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들을 보면 대학입학이나 대학교수 채용, 기업에서의 채용과 승진 등에 있어서 여성이나 흑인, 히스패닉계나 아시안계 등의 소수 집단에게 적극적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제도 덕분에 많은 한국 유학생들도 졸업 후 미국 대학이나 기업에서 취업의 기회를 제공받는 혜택정부와 조달계약을 맺고 있는 모든 기 관들을 대상으로 하며, 이행 실적이 저조할 경우에는 조달계약 파기라는 강제적 수단을 갖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종업원 1000명 이상의 기업체, 정부투자기관, 정부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해당 기관들이 매년 남녀근로자 현황을 노동부에 보고하고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고용개선 실적이 우수한 기관들은 여러 가지 정부 차원의 지원과 인센티브를 받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강제력은 미흡하지만, 그동안의 남녀고용평등법에 비해 한층 더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 효과를 기대해 본다.
기업 차원에서는 직장생활과 가정 생활이 양립할 수 있도록 근무조건과 조직문화를 바꾸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여성노동 공급곡선은 남성의 경 우처럼 역U자형으로 수렴되는 데 비해, 한국의 여성노동 공급곡선은 M자형 곡선을 그린다. 결혼 및 출산 시기 에 퇴사했다가 일정 기간 자녀교육 후 재취업하는 경력단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고학력 여성들의 경우에는 이 보다 문제가 더 심각해서 취업률 자체도 더욱 낮을 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후 노동시장 진입을 포기하는 L자형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되는 근본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근무 형태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오후 6시에 정시 퇴근하기도 힘들고, 퇴근하더라도 회식이나 술자리 등으로 인해 가장들이 9시 이전에 귀가해서 가사와 자녀교육을 함께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문화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가사 돌보기, 아이 돌보기, 자녀교육 등의 일들은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여성들은 결혼이나 출산 시점에 경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근무 문화는 직장에서는 여성이 소외되고 남성 위주의 문화로 흐르고, 가정에서는 아빠 구경을 하기 힘들고 엄마와 아이들만 상호작용하 는 왜곡을 낳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사실상 심각한 문화적 불균형을 야기한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런 식의왜곡을 찾아보기 힘들며,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퇴근 후 저녁 준비와 자녀들의 숙제 준비, 기타 가사활동을 남녀가 함께 할 수 있는 퇴근문화를 갖고있다. 남녀 모두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와 근무 형태를 바꾸는 문제는 따라서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지금 두 가지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혁명과 디지털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글로벌 혁명은 비즈니스에 관한 한 국가라고 하는 경계가 무의미해 질 만큼 치열한 무한경쟁, 국경 없는 글로벌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디지털 혁명은 역사에 유래가 없는 속도 경쟁, 정보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시대적 특징 때문에 오늘날 이 시대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먼저 데려가려는‘인재 전쟁(War for Talent)’이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제프리 존스 前 주한미상공회의소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저개발되어 있는 분야가 여성인력 분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 인구의 비율이 대단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취업시장에서 외면당함으로써 고학력의 고급 인력들이 사장되고 있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더 이상 대한민국의 자원을, 그것도 고급자원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자료출처 : 인재경영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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