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대학입시를 위한 점수와 스펙쌓기에 열중한다. 무엇을 전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느 대학을 가는가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대학입학 이후, 이 모든 경쟁이 끝나는가? 그렇지 않다. 최종목표가 대학에서 회사로 바뀌었을 뿐, 입시경쟁이 끝나자마자 입사경쟁을 시작한다.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좋은 직장의 입사기회가 줄고, 대학진학률이 2배가 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양상도 마치 입시전쟁의 그것과 비슷해져 왔다.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 학점과 영어점수 그리고 스펙을 쌓고 있다.
선배들이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로 대학의 캠퍼스는 취업을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심지어 스펙쌓기의 하나인 대외활동을 위해 대학 밖에서의 시간도 보태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포생 (취업을 포기하는 학생들), 장미족 (장기간 미취업자들), 인구론 (인문계 졸업생 90%는 논다), 청년실신(청년 실업자와 신용불량자 합성어)은 향후로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캠퍼스의 이런 취업경쟁 스트레스 밖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구인난'이 존재한다. 일부 업종·직종이나 중소기업, 지역기업이 그렇다. 심지어 무혈입성이 가능한 일자리도 많다. 이런 기업의 입사를 위해서는 취업경쟁이 덜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취업시장 쏠림현상의 그늘이다.
서울대학교의 모든 학과가 취업시장에 유리한 전공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모든 일자리가 시장 최고의 일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입시든 입사든 모두 하나의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듯하다.
우리 세대는 인구고령화로 50년 이상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나의 적성과 가치에 맞는 공부와 일이 아니면 중도탈락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시장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참여자 만큼 다양한 역량과 적성이 존재하며, 분야별로 경쟁이 고루 분산되어야 우리의 사회와 시장이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상대방의 직업에 대해 물을 때, '너 무슨 일해?'가 아니라 '너 어디 다녀?'라고 묻는다.
간판으로서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의외로 취업의 문이 쉽게 열릴 수도 있다. 인크루트는 지난해 8월부터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각서만으로 무료입학이 가능한 '취업학교'를 운영중이다. 스펙이 아니라 본인이 이미 갖춘 역량과 적성에 맞춰 3개월내 취업이 가능하도록 구직기술을 안내한다. 이미 600여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비결? 간단하다. 유리한 경쟁률을 활용한 많은 입사지원 도전에 있다. 대한민국의 직업사전에는 1만여개 이상의 직업명이 있다. 1000대기업이 아닌 1만여개의 직업별로 경쟁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은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취업학교 학생들이 대기업을 고집하지 않았지만, 대기업 혹은 좋은 일자리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역량중심의 채용시장에서 기업중심이 아닌 본인이 갖춘 역량에 따른 취업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하고 싶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시도하지 않거나 못하는 청춘들에게 ‘나의 길’을 선택하고 걸을 수 있는 진학과 취업의 과정에서 용기를 줘야 한다. ‘어디 다녀?’ 가 아닌 '무슨 일을 해?' 라고 묻는 세상을 꿈꿔본다.
◇서미영 인크루트 상무(COO)는…경북대 정치외교학교를 졸업,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했다. 국내최초 취업포털 인크루트를 공동 창업했으며, 2014년 8월 취업학교를 개설했다. 방송과 강의 등을 통해 채용과 직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18년째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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