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진해운 면접을 다녀온 사람입니다. 면접을 그 전에도 두번 보았지만 이렇게 큰 회사 면접은 처음이었죠. 백수일기 934번을 참조하시면 이 글 이해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수 많은 서류전형 탈락과 좌절을 거쳐 기적과 같이 서류와 인성,적성검사를 통과하고 최종임원면접까지 갔습니다. 그저께였죠. 정말 가고 싶은 회사였기에 많이 긴장했었습니다. 남산도서관에서 면접대비책까지 빌려서 탐독하고 자기소개를 준비했죠. 최종면접까지 온 인원은 100명.. 그 중 30명이 선발된답니다. 얼핏 생각하면 3:1이 조금 넘는 경쟁률이라 잘 만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기시간에 자기소개를 수없이 머리로 되내이면서 긴장감을 삭혔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제가 속한 조 5명이 면접실로 들어갔습니다. 약 6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더군요. 부사장님, 그리고 또 한 임원분, 그리고 영어, 중국어, 일어 별 외국어 면접관들-젊은 분들이었습니다. 저랑 나이가 엇비슷할 듯.. 저는 나이가 29입니다. 학교를 늦게 들어가서요. 면접대기실 밖에서 서성대며 초조한 마음을 누르고 있는데 면접대기실 담당자가 다가 오더니 "어디 직장 다니다 오셨어요?" 하더라구요. 쿠.. 어쨌든 나이제한이 74년생까지였는데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다행이었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저는 들어가자 자리에 섰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했습니다. 인사를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었죠. 근데 맨끝에 들어왔던 학생 하나가 "차렷, 경례!-안녕하십니까?!" 하더라구요. 저는 무안한 마음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다시 "안녕하십니까?"를 했죠. 첨부터 바보짓을 한 거죠. 사실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답니다. 어쨌든 제가 처음으로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한 자기소개..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다 하는 각오로 왔거든요. 마지막 기회같아서.. 저는 제 나름대로의 세일즈작전을 폈습니다.
"우선 면접볼 기회를 주신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오늘 이 면접의 의미는 조금은 남다른 것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350명 중 350등으로 졸업했습니다. 제대 후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 위해 미국 보스톤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2학년을 마친 후 IMF가 터져 귀국해야했고 지금 현재 ***대학 경영학부 마지막 학기 재학중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꼴찌였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고 언젠가는 일등을 한 번 해 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한진의 인재상은 '지금 당장은 완벽한 수재나 인재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엘리트사원이 될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읽고 한진은 저를 위한 회사라 생각했습니다.-어쩌구 저쩌구, 어쩌구 저쩌구- 고등학교 때 꼴찌였던 제가 언젠가 한 번 일등을 할 수 있도록 한진해운에서 제게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는 그럴듯했던 자기소개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면접관들을 보면서는 왜 그리도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했는지.. 얼굴가죽이 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 가면서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요. 저는 어떻게해서든지 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발전하는 인간에게 높은 평가가 주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딱딱한 분위기는 뭐 저런 저능아 같은 놈이 여기 앉아있을까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한 번 더 눈여겨 봐 주길 바라고 제 치부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말 한 것인데 호기심어린 눈길을 보내주질 않더군요. 긴장해서 말도 조금은 더듬었고.. 비참한 기분으로 자기소개를 마치고 다음사람으로 넘어갔습니다. 옆에 사람은 완전히 초등학생이더군요. 나 그런 사람 첨 봤습니다. 초등학생이 반장선거 때 앞에 나와서 얘기하는 톤으로 외워서 얘기하더군요. 하하. 면접들어가기 직전 얼굴이 붉어지면서 잔뜩 긴장하던 모습이 안쓰럽더군요.. 그리고 3명의 자기소개가 이어지는데.. 자격증이며 학벌이며 장난 아니더군요. 2명은 연대 출신이고, 2명은 일어, 중국어 능통.. 바로 옆에서 각 외국어 면접관이랑 인터뷰하는데 일어, 중국어는 생소해서 그런가 엄청 대단해 보이더군요. 정말 대단한 수준의 사람들인 거 같더군요.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더 그래보였을 수도 있지만 정말 우수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걸 느끼며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허물어지기 시작했구요. 그래도 용기를 놓지 않고 바짝 긴장했습니다. 한 명한테는 '한진해운'으로 4행시를 지어 보라고 하더군요. 요샌 정말 면접도 특이한 것 같습니다. 또 JSA를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하라는 질문도.. 나한테 물어봤으면 대답도 못 할 뻔 했습니다. 안 봤거든요. 그리고 저한테는 '회사가 세계화를 위해 할 일이 뭐냐' 고 물어보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한진을 지칭한 것은 아닌데 '한진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다. 세계 4위의 해운선사이며, 서비스업체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 어쩌구 저쩌구,' 좀 핀트가 어긋난 답변이었죠.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한다는 건 평소에 많은 상식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겠더라구요. 나오고 나서 모범답안을 생각해 보곤 하지만 항상 버스는 지나간 뒤죠.. 후후. 영어인터뷰는 'What was your field of study?' 였습니다. 전공이 뭐였냐는 거죠. 그런 질문에 말을 길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다닌 두 대학에서의 전공과 얼마 다니다 transfer했다 이 정도 밖에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어느정도 사족을 붙일수 잇는 질문을 해 주실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길게 말했는데 말입니다. 쉬운 질문이라 실수는 안 했지만 가점을 받을 일은 없을 것 같더군요. 그 쟁쟁한 외국어실력자들이랑 좋은 학벌을 가진 학생들 사이에서 말입니다. 영어 인터뷰는 3명이 했는데 나머지 두개는 'what was your favorite internet site? 와 ' what was the biggest failure in your life?' 였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내게 해 주었더라면.. 엄청 잘 할수 있었는데.. 아쉽더군요. 그리고는 부사장님의 질문.. 지원자한테 일일이 아버지 직업을 묻더군요. 한 명이 자신의 아버지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하시다 지금은 인하대병원에서 근무하신다고 하더군요. 둘 다 한진의 계열사죠.. 하긴 같은 값이면 식구들을 위해주겠죠. 쩝, 그래도 약간 씁쓸하더군요. 그 학생은 일어도 잘 하고 연대생에다가 백그라운드까지.. 당연히 될 것 같더군요. 5명 들어가는데 1.5명 되는 꼴이거든요.. 어쨌든 마지막으로 제게 질문을 하시는데 '꼴찌를 했다는데 왜 공부를 안했냐, 꼴찌하기도 힘든데" 하시더군요. "미래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장 후회하는 시절입니다' 또 "결혼했냐, 결혼할 나이같은데" "아직 안 했습니다. 취직하면 곧 할 계획입니다." "만나는 친구가 있느냐" "만나는 친구 없지만 만들겁니다." 그렇게 면접은 끝났습니다. 전날 한 숨도 못자고 마치 전쟁터 떠나는 사람처럼 누나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었죠. 누나도 면접보는 시간 때쯤 해서 막 떨리더라고 하더군요. 초긴장상태에서 4시가 넘어서야 끝난 면접이라 집에 와서는 파김치가 되어 잠에 빠졌습니다. 정말 취직하기가 너무나 힘들군요.. 제 나름대로 마케팅전략을 짜서 한 자기소개였는데.. "내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취직을 위해 내 영혼과 자존심을 팔아먹은 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저를 괴롭히더군요. 면접장을 다른 지원자들이랑 나오는데.. 저 혼자만 무슨 짐승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제 세일즈전략이 성공할 것 같냐구요? 그건 모릅니다. 떨어져도 억울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들 쟁쟁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냥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기다려보려구요. 다음에도 이 방법을 쓰겠냐구요? 안 쓰겠습니다. 자세히 열거를 안 해서 그렇지 제법 마음을 움직이는 내용이지만.. 이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제 영혼과 자존심을 학대하고 이용하지는 않겠습니다. 상처가 되거든요..
그저께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 힘이 쭉 빠졌습니다. 더 이상 원서도 내기 싫고.. 실망실업이라는 게 뭔지 알겠더라구요. 이번에 안 되면 정말 길거리에서 쥐포장사나 하렵니다. 요새는 길을 걷다가 악세사리좌판을 벌이고 앉아있는 사람이나 간식리어카 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예사로와 보이지가 않네요. 나이가 많아 좋은 시기를 기다려 볼 여지도 없고.. 정말 올 해연말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면접 보러가기전 면접준비책을 꼭 읽어보고 가세요. 자기 PR에 도움이 많이 되실거에요. 거짓말을 하는 건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자신을 기만하는 셈이니까요. 사실 그대로도 얼마든지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 잡을수 있는 방법은 있답니다. 자기소개, 성격장단점,지원동기등은 2분여정도로 꼭 준비하시고요. 첫인상, 성공의 1/2이라는 책을 권해드립니다. 노구치 야스오님이 지은 책이구요. 아~ 책 선전 하는 거 아니구요. 도서관에 가 보면 있을 거에요. 참고하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진심으로,,, 모든 분들이 잘 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도 그 빌어먹을 건승한번 해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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