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루트-중앙일보 공동기획]
두번째주자는 야생형 인재를 찾는 SK 텔레콤
2.56점의 학점(4.3점 만점)과 790점의 토익(990점 만점)점수. 해외연수·인턴 경험도 없다. 게다가 학사장교로 군에 다녀오느라 대학을 졸업(2004년 2월)한 지도 꽤 된다. 안 좋은 조건을 ‘제대로’ 갖췄다. 그런데 올해 1월 취업했다. 그것도 경쟁률이 치열해 웬만한 스펙으로 취업하기 어렵다는 SK텔레콤이다. 내세울 것 없는 스펙으로 취업에 성공한 주인공은 강천(29)씨. 그는 신입교육을 마치고 중부마케팅본부 마케팅기획팀에 배치받아 일하고 있다.
“창업 경험 있습니다”
그가 넘어야 할 우선 과제는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일이었다. 자신이 가진 강점도 ‘표현할 무대(면접)가 없다면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SK텔레콤은 스펙이 좋은 사람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많아 고민했습니다. 이력이야 수정할 수 없으니까 자기소개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요. 장교생활·창업을 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그에게 두드러지는 게 있다면 창업 경험이다. 그는 외국인 모델·배우 섭외 대행사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인터넷 외국인 사교 카페 운영자로 활동하던 그가 군 제대 후 시작한 사업이다. 2007년 11월 시작한 사업은 1년 만에 그만뒀다. 그러나 장사가 안 돼서 손 뗐다고 생각하면 오산. 그는 “혼자 시작했던 사업을 직원 다섯 명까지 늘렸다”며 “연소득도 1억원쯤 됐다”고 말했다.
창업을 했던 것도, 그만두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것도 전적으로 그의 뜻이었다.
“내 아이템을 가지고 젊었을 때 창업해보고 싶었지요. 그런데 하루하루 돈을 벌면서 ‘이렇게 살면 작은 부자는 될 수 있겠지만 큰 물에서 놀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업을 접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SK는 독특한 그의 경력에 주목했다. 그는 “면접장에서 받은 질문의 50%는 군대 경험, 50%는 창업 경험이었다”고 소개했다. 그 스스로도 볼품없는 스펙을 감추기 위해 창업 경험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다른 지원자들은 면접장에서 인턴·해외 경험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창업하면서 겪었던 남모를 고민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한순간 삐끗하면 인생이 어두워진다는 불안감 속에서 혼자 사업을 꾸려나가야 했던 어려움도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이겨내려고 발품을 팔아도 한 번 더 팔았다’고 얘기했습니다.”
SK텔레콤 인사팀 오택현 매니저는 “SK텔레콤의 인재상은 ‘주인의식·열정·패기’”라며 “남다른 창업 경험은 그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토론 면접에서는 ‘서포터’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특별히 할 말도 없었다”며 “‘잘 모를 때는 다른 지원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올 1월 입사해 3월 중순까지 그룹·계열사 연수교육을 받았다. 그는 “교육 받을 때 끊임없이 ‘현장’을 강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매장에 나가 휴대전화를 직접 팔고, 기지국을 방문하는 등 현장 실습이 많았기 때문이다. 3월부터는 중부마케팅본부 마케팅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충청·강원지역 통신상품 마케팅을 총괄한다. 그는 “요즘 유·무선 결합상품 경쟁이 치열하다”며 “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출렁이기 때문에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요즘 맡은 업무는 유·무선 전문가 교육”이라며 “교육장 예약, 강사 섭외, 강의 프로그램 설계 등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에게 이런 권한·책임을 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창업 경험이 도움 되는 경우가 그럴 때다.
“사업을 할 때는 A부터 Z까지 제가 전부 책임져야 했죠. 그런데 입사해 보니까 신입사원인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혼자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꾸려봤던 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사업을 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팀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 일해봤던 경험이 도움 되죠.”
“창업 경험이 전부인 그를 채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서강대 경영학과 출신인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고 묻자 인사팀 관계자는 “스펙이 더 나은 일류대 출신자도 많다. 채용할 때 학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