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루트-중앙일보 공동기획]
첫번째주자는 실무형 인재를 찾는 삼성전자
요즘 신입사원들을 풋내기로 보면 큰코다친다. 나름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무서운 아이들’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스펙(학점·영어 점수 등 입사를 위한 기본 조건)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너 단계 입사 전형을 거치고도 살아남은 그들. 뭔가 남다른 유전자가 있다. 우리나라 10대 그룹과 업종별 기업이 내세운 ‘우리 회사 대표 신입사원’들의 DNA를 탐구해 봤다. 그리고 좌충우돌 입사기와 루키로서 회사 생활을 들여다봤다.
남들이 경력 쌓을 동안 자전거 전국일주로 자신감·도전정신 키워
이재희(25)씨는 ‘3600’(학점 4.0 X 토익 점수 900)이 안 된다. ‘취업 5종세트’(인턴·자격증·아르바이트·공모전·봉사활동)는 더더욱 없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학점 3.73(4.5점 만점), 토익 940점이 그가 가진 스펙의 전부다. 올해 4월 삼성전자 신입사원 최종 면접장.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질문이 나왔다. “경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사회 경력’란이 텅 비어 있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는 머뭇거리지 않고 답했다. “스펙이 없다고 해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인턴하고 어학연수 다녀올 동안 저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다녔습니다. 힘들어도 이 악물고 덤빌 도전정신을 길렀습니다.” 넉 달 뒤. 그는 삼성전자 신입사원이 됐다.
‘스펙’ 없지만 자신감 넘쳤다
그가 스펙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가 고백했듯 ‘원없이’ 놀았기 때문이다. 그는 “1~3학년 때는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3주 동안 게임하느라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은 적도 있다”며 “여행을 자주 다녔던 것 말고는 딱히 스펙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고 털어놓았다.
취업 준비는 4학년 2학기 때 시작했다. 스펙이 없는 게 최대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거의 매일 취업 스터디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지원자끼리 모여 서로 자기소개서를 첨삭해 주고 모의 면접을 봤다. 그는 “인성·토론 면접은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연습한 만큼 성과가 드러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 준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스펙 대신 자신감이 넘쳤다. 전공(경영학) 공부 하나만큼은 열심히 했다. 관심 분야인 마케팅 관련 수업은 빼놓지 않고 들었다. ‘삼성전자 인턴 출신 경쟁자가 아니라면 나와 같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해외 경험이 없는 것도 ‘당장 미국에서 영업할 게 아니면 필요 없다’는 식이었다. 자신감은 면접장에서 빛났다.
●면접관=“시장에서 2등 제품인 프린터를 어떻게 1등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이씨=“지금껏 프린터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데 집중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기업에 판매하는 데 집중할 때입니다. 성능에 민감하고 소비자보다 교체가 빠른 게 기업이니까요.”
●면접관=“지금까지 해 왔던 길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한다는 게 실현 가능할지….”
●이씨=“도전을 멈추면 영원히 2등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면 밀어붙일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는 그의 자신감을 높이 평가했다. 2009년 ‘대표 신입사원’으로 그를 꼽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사팀 관계자는 추천 이유에 대해 “전공을 충실하게 공부했고, 면접장에서 창의성·도전정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