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Trend
내부고발자 인재관리전략
최근 내부고발내용을 폭로하는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주요 외교문서를 공개한 이 사이트는 국가비밀에 해당되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미국 정부조차도 당혹해 하고 있다. 또한 비밀문서에 언급된 관련 국가나 정치인이 미국 정부에 항의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 SK, 현대자동차, 태광, 한화 등 유명 대기업의 경영주나 오너일가가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것이 대부분 내부고발로 인한 것이다. 조사 대상자의 일부는 직접 구속되었고, 예외 없이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 되었다.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내부고발을 ‘강 건너 불구경’하거나 ‘남의 집 이야기’로 치부하기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직원을 관리하는 것이 주요 임무인 인사팀도 이제 내부고발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내부고발은 이른바 ‘조직 또는 조직 내부 구성원이 불법, 비윤리적, 공공이익에 반하는 행위 등에 대한 정보를 조직 내부나 외부에 신고 또는 공개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민진규, 내부고발과 윤리경영, p.16)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업 내부의 정상적인 위계질서를 벗어나는 소원수리를 포함해 기업 외부에 하는 공개행위나 고발까지 내부고발의 범주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인사팀은 전통적으로 직원의 평가, 승진, 배치 등의 업무를 하는 부서이지만, 위에서 정의한 내부고발을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간과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기업 인사팀의 입장에서 내부고발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내부고발을 관리하는 관심사항
내부고발이 발생하기 전에 내부고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내부고발자와 내부고발이 발생한 후의 내부고발자, 양자를 모두 잘 관리해야 한다. 인사팀이나 인사담당자가 내부고발을 관리하기 위한 몇 가지 주요 관심사항을 알아보자.
첫째, 평소에 모든 직원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불만사항을 잘 관리해야 한다. 권위적으로 자기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평소에 직원들과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눠 불만사항을 들어야 한다. 대부분 근무평정, 승진, 전보 등의 사소한 인사 불만이나 업무상 불만이 해소되지 않으면 감정이 격화되어 내부고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사팀 직원이 주최하는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거나, 평소에 모든 직원들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도 좋다. 어떤 외국계 기업은 인사팀에 직원의 불만사항을 수집할 수 있는 모임을 자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배정해 둔다. 많은 한국 기업에게는 요원한 일이지만 말이다.
기업의 직원이 너무 많아 모든 직원과 활발한 모임을 가지기 어려운 경우에는 오프라인 및 온라인 소원수리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익명으로 제보가 가능해야 하고, 실명으로 제보한다고 해도 제보자의 신변이 보호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효과가 있다. 실제 불평불만이나 문제가 있더라도 소원수리를 하지 않는 것은 신변보호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인식한 일부 기업에서 감사실이나 외부 기관에 소원수리 제도를 아웃소싱하기도 하지만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한 경우는 많지 않아 효과가 낮다. 신뢰가 기반되지 않으면 소원수리가 활성화되지 않고 결국 치명적인 내부고발사건으로 이어진다.
둘째, 소원수리나 불만사항을 포착했으면 면담을 통해 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도록 한다. 인사부서에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상사나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을 내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직원의 지적사항이 전혀 엉뚱하지도, 모두 합리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진지한 자세로 끈기 있게 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가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 놓거나,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 줘야 한다. 요즘 대부분의 직원은 그렇게 바보스럽거나 꽉 막혀 있지 않아 웬만한 수준이면 설득이 된다.
인사팀 직원이 탁월한 능력을 가진 전문적인 상담가도 아니고, 회사의 모든 업무를 이해해서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게 나름대로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시하다가는 오히려 불신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에게 먼저 해결방안을 제시해 보라고 하는 것이 좋다. 다른 동료들과는 달리 뭔가 문제의식을 느낀 직원이 있다면 그는 분명히 어떻게 해결해야 올바른 것인지 알고 있다. 다만 그 직원이 제시한 해결책이 반드시 합리적이거나 합법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 점만 주의 깊게 판단하도록 한다.
셋째, 불만을 가진 직원이 이직을 결심했다면 당사자가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직원이 최종적인 면담과정을 통해 불평불만을 희석시켜야 한다. 조직을 떠나더라도 ‘본인이 가진 불만사항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며, 필요하다면 조직이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같이 찾아보도록 하겠다’라고 해야 한다. 진지하지 않고 건성으로 면담을 하거나, 제시하는 조언이 입에 발린 말처럼 들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요즘 경력자가 다른 기업으로 전직하게 되면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 즉 평판조회를 하게 되므로 이직자의 입장에서도 근무했던 기업과의 관계가 나쁜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 인사담당자는 이 점을 악용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불만을 가진 직원이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해 부정적인 소문을 퍼트리거나, 새로 입사한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레퍼런스 체크를 할 때 악의적인 평가를 해 준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직한 직원도 자신의 앞날을 고민해 조용히 수습하려고 결심했는데, 기존 조직의 인사담당자나 직원이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매도할 경우 감정이 폭발하게 된다. 많은 내부고발 사건을 조사해 보면 인사담당자의 잘못된 위기관리 수습으로 인해 터진 경우도 상당수에 해당되었다.
건전한 내부고발을 활성화해라
인사부서는 과거처럼 권한을 가진 권력자라는 인식에서 탈피해서 직원의 직무수행과 역량개발을 지원하는 서번트(servant)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조직의 정상적인 의사소통 채널에서 해소하지 못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거나 회사에 불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팀이 직원의 인사 불만만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서의 업무에 관련된 불만도 받아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가지게 된다면 기업은 새로운 가치창출 기회를 가지는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내부고발자의 대부분은 조직의 어떤 누구보다 조직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적으로 내부고발자가 조직에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선적으로 내부고발을 하기보다는 조직의 문제점을 그대로 남겨둔 채 조직을 떠나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내부고발이 조직의 입장에서는 문제해결을 통한 가치개발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고발을 하는 직원의 일부는 기업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직원인 경우가 많았다. 내부고발자가 기업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핵심인재의 경우, 내부고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떠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손해가 막심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인사팀이나 인사담당자가 직원의 내부고발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고발이 발생했다면 사후적으로 원만하게 수습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인사담당자 중 일부는 이 업무를 감사팀이 해야 하거나 아니면 제 3의 부서가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직원과 관련된 부문이므로 특별히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면 인사팀에서 하는 것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요즘 21세기 기업이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도 평상시의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문제인식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인사팀은 내부고발은 통제하거나 근절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조직의 모든 일상행위 중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 내부고발로 제기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고 장려해야 한다. 내부고발이 인사담당자의 새로운 도전과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회피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처한다면 한 차원 높은 인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 소장 stmin@hotmail.com
자료출처 : 인재경영 2011년 01월
<저 작 권 자(c)인 크 루 트.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
취업칼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