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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임원 인사 키워드는 ‘WXY’
요즘 대기업 인사팀은 백조의 발처럼 분주하다. 연말 임원 인사 준비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사내 임직원들도 누가 어떻게 승진할 지 초미의 관심사다. 사실 누구를 승진시키고, 퇴진시킬 지는 오너를 비롯한 최고경영자가 이미 80% 이상은 낙점(落點)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인사팀에서 어떤 인재가 좋을 것 같다고 추천은 하지만, 최종 인사결정권자인 CEO는 때가 되면 누구를 임원으로 발탁하고, 더 높은 직위로 끌어올려야 할지를 이미 오래전부터 결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여성 임원의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
어떤 인재가 승진 대상에 합류될 지는 발표 직전까지 CEO를 비롯한 소수만 알겠지만, 매년 임원 인사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번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사이 단행될 임원 인사의 특징은 어떻게 함축될까.
예상해보건대, 그 트렌드를 한마디로 응축하면 ‘WXY’로 집약할 수 있다. W는 ‘Women’ 을 말한다. 여성 임원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필자가 지난 2004년부터 100대기업 여성 임원 현황을 세 차례나 조사한 결과를 살펴봐도 확연히 파악된다. 2004년 13명에 불과한 숫자는 2006년 22명으로, 올해는 51명으로 확대됐다. 여성 임원의 증가는 시대적 대세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여성 임원이 많을 것 같은 패션, 화장품, 금융 및 보험, 항공사 등이 아닌 건설,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와 같은 업종에서 지금까지 ‘금녀(禁女)’의 원칙(?)을 고수하던 기업들도 최근 여성 임원 진출에 적극 팔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에서도 고위 공무원직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여성의 임원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여기에 사회적으로도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여성친화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제고하고, 기업 문화에 일대 작은 변화와 활력소를 주며, 여성 인력 활용으로 궁극적으로 매출 신장에도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 임원 확대는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X는 ‘X맨’을 뜻한다. 연령과 직급 단계를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흐름은 전개되어 왔지만 올해 특히 전자와 통신처럼 사업 트렌드 속도가 빠른 업종일수록 다소 강하게 펼쳐질 확률이 높다. 앞서 언급한 업종 등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 등이 경쟁력의 요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령에 상관없이 누가 기발한 아이디어, 새로운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사업에 승패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핵심인재가 요직에 오를 확률이 높은데, 내부에서 본다면 파격적인 인물이 승진 티켓을 거머질 수 있다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제조업인 경우 ‘X맨’이 많이 등장하는 기업일수록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연공서열보다는 참신한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은 있는데 단지 연공서열 때문에 승진 등에 밀린다면 좋은 인재가 오랫동안 있을 리 만무하다. 좋은 기업일수록 우수인재가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둘째, X맨의 다수 등장은 그만큼 참신한 능력을 지닌 ‘인재 인프라’가 강하다는 증거다. 참신한 인물을 발탁하려고 해도 마땅한 인재가 없다면 그 기업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명약관화하다.
CEO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
마지막으로 Y는 ‘Young’ 즉 젊은 인재가 다수 발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필자는 최근 100대기업 임원 6천여 명의 연령대를 분석해본 결과 삼성과 LG전자는 이공계열 출신 60년대생 40대인 이른바 ‘이육사’ 세대가 주축을 이룬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신업종은 이들보다 평균 연령이 더 낮은 편이다.
삼성과 LG전자의 평균연령은 49.9세, 49.5세다. 이중에서도 삼성전자는 63년생(107명,12.0%)이, LG전자는 61년생(32명,10.7%)이 최다 분포하고 있다.
결국 두 기업의 승패는 ‘이육사’ 세대를 얼마만큼 충분히 실력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형성해주느냐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50년대생 초반은 점차 물러나고, 60년대생 진출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전개 될 경우 평균 연령도 자연스럽게 지금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중공업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은 상황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60년생의 포지션이 미약하고, 50년대 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종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단기적인 참신성보다는 연륜을 바탕으로 한 노련미가 오히려 더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업종은 연령에 의한 인사보다는 ‘로열티(Loyalty)’ 즉 누가 더 오너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가가 중요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CEO 층에서는 49년생 정도를 제외하고는 40년대생 전성시대는 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야흐로 50년대생이 최고경영자로 활약하는 시대다. 그 중에서도 50년, 51년생보다는 52년, 53년생들이 CEO 자리에 오를 확률이 매우 높다. 필자가 작년 1000대기업 CEO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52·53년생 CEO인 이른바 ‘오이삼(523) CEO’가 활약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올해 특히 그런 양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올 연말과 내년 초 인사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CEO 연령대는 역시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작년 1000대기업 CEO 평균 연령이 57.0세 정도라면 내년 CEO 평균 연령은 이보다 0.5세 내지 1세 정도가 낮은 56.0세~56.5세 정도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WXY’외에 주목해야 할 한 가지는 임원의 ‘재임기간’이다. 특히 임원 자리에 오른 지 1년 만에 그만두는 임원 비율이 얼마만큼 줄어들 것이냐 하는 것이다. 필자가 최근 100대기업 퇴직 임원 현황을 분석해 본 바에 의하면 1년만 하고 물러나는 임원은 17.4%로 가장 높다. 이는 내부에서 임원을 승진시키건 외부에서 영입하건 상관없이 단명할 처지라면 기를 쓰고 임원 감투를 쓰려고 할 사람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료출처 : 인재경영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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