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직장 상사나 동료들의 연락처를 저장할까 아니면 개인 생활의 보호를 위해 저장하지 말아야 할까 고민해봤을 것이다. 요즘 직장인들은 회사에서의 나와 퇴근후의 나를 구분하는 생활을 원하기 때문에 직장 동료들과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적어도 상급자의 연락처는 저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1. 모 교육회사의 대리로 근무하고 있던 K양은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K양은 술자리에서도 항상 마지막까지 남는 끈기를 보였으며 맡은 업무에서도 발군의 책임감으로 마무리를 지었기 때문에 언제나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K양은 술자리를 자주 갖는 여성 동료들의 연락처는 대부분 저장했으나 남성 동료들이나 상사들의 연락처는 저장해 두지 않았다. 카카오톡이나 SNS등을 통해 본인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이 싫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느 날 K양의 팀장은 충격적인 문자메시지를 받게 됐다. K양의 이름으로 도착한 문자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회사사람 짜증나 죽겠어. 미쳐버릴 것 같아" 이 메시지를 확인한 팀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5분정도 고민한 팀장은 K양의 자리로 가서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물었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 문자 일부러 보낸 거예요?"라고 묻자 K양은 "네, 당연하죠" 라고 대답한 뒤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3일 후 별도로 가진 회식자리에서 터놓고 이야기하기 전까지의 시간이 K양에게는 지옥과도 같았다고 한다.
K양의 문자 메시지가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으나 해당 사건 이후 K양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2. B군이 근무하던 회사는 총 직원 40명 규모의 소기업이었다. 회사 구성원간의 사이가 끈끈한 조직이었고, B군은 영업부서의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영업을 위해 외근 중이었던 B군은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됐다.
상대방이 B군의 이름을 부르며 "지금 어디야?"고 묻자 B군은 아무 생각 없이 "지금 가산인데 누구냐?"고 되물었다. 이에 상대방은 "나 사장인데"라고 대답했고, B군은 "사장? 웃기시네? 너 누구야"라고 말했다. 상대방은 어이없는 목소리로 "나 너네 회사 사장이야"라고 다시 말했다.
B군은 전화를 끊었고. 회사 복귀 후 본인에게 걸려온 전화가 정말 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장은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에게 B군이 눈치를 살피게 된 것과 회식자리의 이 사건이 안주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 통화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 전화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들은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당사자들은 그렇지가 않을 것이다.
직장생활에서 개인 연락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 회사 동료들의 연락처를 기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누군지 알고 대응을 하기 위해 연락처를 기록해 두는 것이다. 발신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피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명+성명'으로 연락처를 기록하는 것 또한 지인과 직장동료를 구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회사생활에서 승리자가 될 순 없어도 패배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동료들의 연락처를 모두 저장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상사의 연락처는 저장해 두도록 하자. 아는 만큼 대응할 수 있다.
< 인크루트 취업학교 김기석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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