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에는 지방대 출신이 적지 않다. 학교와 전공을 가리지 않는다. 이 회사가 내세운 대표 루키 강희성(26)씨도 경북 포항에 있는 한동대 출신이다. 2007년 2월. 당시 강씨는 군인이었다. 전역을 한 달 앞둔 ‘말년’ 병장이었다. 대학교 3학년 복학을 앞둔 상태였다. “여느 복학생처럼 ‘제대하면 뭐할까’ 고민할 때였습니다. 그러던 중 한비야씨의 책을 읽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는 내용이었죠. 불쑥 떠나고 싶더라고요.” 그러나 단순한 배낭여행은 원치 않았다. “기왕이면 현지 인턴 경험을 쌓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아프리카 가나의 ‘애드스타일’이라는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을 뽑고 있었다. 그는 휴가 중에 e-메일로 영문 이력서를 보냈고, 전화 면접을 봤다. 결국 그해 5월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었다. “미국·영국·핀란드 등 각국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가나국립극장 후원사를 모집하는 업무를 맡았죠. 두 달 동안의 인턴십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 회사 사장은 그에게 “다른 나라에서 온 인턴과 달리 두세 배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가나에 들르게 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했다.
◆컨셉트는 ‘열정’=롯데는 지난해부터 ‘열정’을 특히 강조한다. 2007년 12월 신동빈 부회장이 강조하면서부터다. 롯데백화점은 아프리카에서 인턴을 하고 돌아온 강씨를 ‘대표 신입사원’으로 꼽았다. 인사 담당 이종성 과장은 “여행도 쉽지 않은 아프리카에서 인턴을 하고 돌아온 강씨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복학 이후도 ‘열정적’으로 보냈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으로 떠났다. 르투너대 교환학생 신분이었다. 그는 “영어공부를 하려고 떠난 건 아니었다”며 “해외에서 좀 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게 대학 도서관 사서. “‘사람들과 많이 만나기 위해 무얼 하면 좋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도서관 사서가 떠오르더라고요. 무작정 찾아갔죠. 그런데 남는 자리가 없더라고요. 직원은 ‘일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결국 일주일에 6~7시간 일하게 됐습니다. 일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방학도 바쁘게 지냈다. 그는 “미국은 방학이 3~4개월 된다”며 “방학 기간에 뉴욕 ‘아름다운 재단’에서 인턴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이곳도 인턴을 따로 채용하는 곳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인데 한번 일해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무급이지만 괜찮았습니다. 방학을 그냥 놀면서 보내기 싫었거든요. 결국 두 달 동안 재단 후원자 데이터 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마칠 때 재단 이사님께서 ‘그동안 수고했다’며 브로드웨이 뮤지컬 ‘저지 보이즈(Jersey Boys)’ VIP석 초대권을 주시더라고요.”
이종성 과장은 “교환학생 경험을 가진 구직자는 많다”며 “해외에서도 열정적으로 도전했다는 점에서 대표 신입사원으로 손색없는 인재”라고 말했다.
◆‘현장’ 중시=강씨는 6월에 입사했다. 연수를 마치고 8월부터 인천 부평점 식품가정팀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2주 동안 계열사 연수를 받았습니다. 오전마다 본점 입구로 나가 손님께 ‘안녕하십니까. 강희성입니다. 우리 회사 주인은 고객이십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중국에도 다녀왔습니다. 현지 백화점을 둘러보며 시장 조사를 하기 위해서였죠. 연수기간 동안 끊임없이 ‘현장 경험’을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종성 과장은 “백화점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현장 경험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며 “연수를 마친 다음 지점으로 배치받아도 한 달 정도 따로 현장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강씨는 부평점으로 배치받은 후 한 달 동안 의류·식품·가전 등 매장을 돌며 현장 교육을 받았다. 그는 “매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손님께 어떻게 서비스해야 하는지, 고객 불만사항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식품가정팀 수산·스낵·델리 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식품 매장이기 때문에 위생이 중요하다. 그는 “식재료 원산지·유통기한을 확인하는 등 매장을 관리하는 게 기본 업무”라고 말했다. 매출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일도 그의 몫이다. “12월은 과메기 철이죠. 매출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과메기를 매대 어디쯤 배치하고 누가 팔지를 결정합니다.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고객 불만도 처리합니다.”
롯데가 강씨를 뽑은 이유 중 하나도 현장 경험이었다. 그는 면접을 하루 앞두고 서울로 올라와 직접 백화점을 둘러봤다. 면접장에서 한 임원은 “최근 롯데백화점에 다녀 온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강씨는 “바로 어제 다녀왔다”고 답했다. 면접관은 “어제 다녀왔으면 물을 것도 없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씨는 “입사를 확신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종성 과장은 “백화점에 입사하기 원하면서 매장도 들러보지 않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며 “현장 경험 관련 질문은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입사를 앞두고 백화점을 둘러봤다는 답변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